단 두 대만 제작된 1935 SSJ 스페셜 스피드스터
할리우드의 상징에서 세계 최고의 클래식카로
[페블비치=MMK=폴황] 1930년대 할리우드의 화려함을 상징했던 한 대의 자동차가 91년의 시간을 건너 세계 클래식카 무대의 정상에 올랐다.
1935년형 듀센버그 SSJ 스페셜 스피드스터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2026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 최고상인 베스트 오브 쇼를 수상했다. 올해로 75회를 맞은 페블비치가 선택한 주인공은 한때 영화배우 클라크 게이블이 소유했던 특별한 듀센버그였다.
미국이 만든 가장 화려한 자동차
1930년대 듀센버그는 단순한 고급차 브랜드가 아니었다. 압도적인 성능과 주문 제작에 가까운 화려한 디자인을 앞세워 당시 미국 자동차 산업이 구현할 수 있었던 기술과 사치의 정점을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SSJ는 특별한 존재다. 일반 모델보다 짧은 휠베이스를 사용하고 슈퍼차저 엔진을 탑재해, 대형 럭셔리카였던 듀센버그에 스포츠카의 성격을 더했다. 생산된 차량은 단 두 대뿐이다.
한 대는 클라크 게이블에게, 다른 한 대는 또 다른 할리우드 스타 게리 쿠퍼에게 전달됐다. 두 배우는 스크린 밖에서도 자동차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SSJ는 자연스럽게 1930년대 할리우드의 부와 명성, 속도에 대한 욕망을 상징하는 자동차가 됐다.
이번에 페블비치 정상에 오른 차량은 클라크 게이블이 탔던 바로 그 SSJ다.
40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
현재 차량을 소유한 사람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클래식카 수집가 해리 예기다. 그는 약 40년 전부터 이 차를 자신의 컬렉션에 들이고 싶어 했지만, 실제 소유권을 확보한 것은 불과 3년 전이다.
SSJ는 예기에게 넘어오기 전까지 한 가족이 60년 이상 보관해왔다. 좀처럼 시장에 등장하지 않았던 만큼 돈만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동차가 아니었다. 예기에게 이번 페블비치 수상은 40년간 이어진 기다림이 완성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차량은 최근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당시의 모습에 가깝게 복원됐다. 깊이감이 돋보이는 검은색 래커 차체와 밝은 새들 컬러 가죽 인테리어가 대비를 이루며, 길게 뻗은 보닛과 낮게 기울어진 앞 유리는 1930년대 스피드스터 특유의 역동적인 비율을 강조한다.
화려하게 장식된 대형 클래식카가 주류였던 시대에 SSJ는 우아함과 속도를 하나의 차체 안에 담았다. 이러한 희소성과 역사, 디자인의 완성도가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듀센버그가 다시 세운 기록
이번 수상으로 듀센버그는 페블비치 콩쿠르에서 통산 여덟 번째 베스트 오브 쇼를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최고상 수상 기록이다. 해리 예기에게도 이번이 첫 우승은 아니다. 그는 2007년 듀센버그 SJ 스피드스터 ‘모르몬 미티어’로 베스트 오브 쇼를 차지한 바 있다. 19년 만에 또 다른 듀센버그와 함께 페블비치의 가장 높은 자리에 돌아온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SSJ는 과거 소유자 가운데 한 명이 페블비치 인근에서 약 12년 동안 보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이 지역을 달렸던 자동차가 수십 년 뒤 다시 페블비치로 돌아와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자동차보다 오래 남는 이야기
페블비치 콩쿠르는 원형 보존 상태와 복원 수준뿐 아니라 자동차가 지닌 역사와 문화적 의미까지 함께 평가하는 행사다. 그런 점에서 이번 듀센버그 SSJ는 페블비치가 중요하게 여기는 거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단 두 대만 제작된 희소성, 전쟁 이전 미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술, 할리우드 스타와의 인연, 그리고 여러 소유자를 거치며 이어진 91년의 역사가 한 대의 자동차 안에 겹겹이 쌓여 있다.

최근 페블비치에서는 전후 시대 자동차와 비교적 현대적인 디자인의 가치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75회를 맞은 올해만큼은 전통적인 클래식카가 다시 왕관을 차지했다.
클라크 게이블의 차고에서 시작된 듀센버그 SSJ의 긴 여정은 그렇게 페블비치 18번 홀에서 새로운 장면을 완성했다. 자동차의 가치는 얼마나 빠르고 비싼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만들고, 누가 탔으며, 어떻게 시간을 견뎌왔는지가 한 대의 자동차를 역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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