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MMK=폴황] 베트남 전기차 제조사 빈패스트는 업계에 등장한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브랜드로 남아 있다. 이 회사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직전이었던 2017~2018년 무렵부터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며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당시만 해도 글로벌 인지도가 거의 없던 브랜드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 뛰어든 것은 상당한 도박에 가까운 결정이었다. 전기차가 이제 막 대중화의 문턱에 들어서던 시점에서 신생 브랜드가 거대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었다.
2026년 현재 상황을 돌아보면 그 도전은 부분적으로는 성공했고, 동시에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빈패스트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여전히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아직 확실한 팬층이나 시장 기반을 구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내 판매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며 특히 2025년은 회사 입장에서 쉽지 않은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패스트는 전기차 시장 상위권 경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실적을 보면 미국 시장 공략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회사는 2025년 4분기 순손실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손실 확대의 주요 원인은 미국 생산 공장 건설 지연으로 인한 자산 손상 처리와 관련된 비용이다. 빈패스트는 올해 안에 공장 건설을 다시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5년 4분기 빈패스트의 순손실은 35조2000억 동, 약 13억4000만 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보다 46% 늘어난 수치이며, 2025년 3분기와 비교해도 약 15%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약 2억3500만 달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전기차 공장 프로젝트와 관련된 비용에서 발생했다. 투자자 미팅에서 빈패스트의 레 티 투이 회장은 회사가 미국 시장에 여전히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생산 프로젝트의 소프트 런치를 2028년으로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빈패스트의 미국 생산 공장은 2022년 처음 발표됐으며 2023년 착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2024년 들어 글로벌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회사는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공사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이 공장의 총 투자 규모는 약 40억 달러에 이르며, 완공될 경우 약 7500개의 직접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장이 완전히 가동되면 연간 약 15만 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으며 생산 모델은 SUV인 VF7과 VF8이 될 예정이다.
한편 빈패스트는 전기차 수요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REEV, 즉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다. REEV는 기본적으로 전기차 구조를 기반으로 하되 소형 가솔린 엔진을 함께 탑재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의 파워트레인이다. 이 엔진은 차량을 직접 구동하지 않고 배터리 충전 역할만 수행한다는 점에서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과는 차이가 있다. 빈패스트는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2027년 베트남 시장을 시작으로 REEV 모델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빈패스트의 미국 도전은 아직 진행형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확실한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다만 대규모 생산 투자와 새로운 파워트레인 전략을 통해 장기적인 승부를 이어가겠다는 것이 빈패스트의 현재 전략이다.
@모터미디어코리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