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엘란트라가 안 팔린다. 현대 위기의 시작인가?

칼럼

대차 4월 판매가 최악이다. 도대체 엘란트라가 팔리질 않는다. 제네시스나 에쿠스가 팔리지 않는다면 전문경영인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더 필요해…” 하지만 엘란트라가 팔리지 않는다면 그는 아마 한국 양재동에서 전화가 오기 전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할지 모른다.

나름대로 주요한 이유를 들자면 혼다 시빅 때문이다. 혼다 시빅의 4월 판매는 3만5천331대로 지난해 4월 판매와 비교해볼때 거의 1만대 가까이 늘었다. 반대로 엘란트라의 4월 판매는 1만2천361대. 이는 지난해 4월 판매(21,911)와 비교해 볼때 형편없는 수치인데다, 재밌게도 딱 1만대 가까이 줄었다. 엔트리카의 고객은 늘 예측 가능한 수준이다. 몇달 사이 갑자기 없는 소비자가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때문에, 이 급에서 어느 한쪽 판매가 줄어든다면 반드시 다른 한쪽은 주머니가 비기 마련이다. 

신형 시빅은 출시 이후 엄청난 판매율을 올리고 있다. 헛다리 짚던 디자인과 성능이 획기적인 수준으로 개선됐다. 바로 직전 세대 시빅을 보며, 이제 시빅의 명성은 끝났다라고 외쳤던 이들은 꿀벙어리가 됐다. 불만으로 제기되어왔던 성능은 1.5터보로 만회했고 덩치는 어코드만큼이나 커졌다. 경쟁자들이 옵션으로 깔아뭉개지도 못할 정도로 기본기도 충실해졌고 가지치기 모델도 많아, 지난달부터는 쿠페 모델이 판매에 들어갔고 해치백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팬층이 얇은 엘란트라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LA오토쇼를 통해 공개된 신형 엘란트라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샀고, 출시 시기도 1/4분기를 앞둔 시점이라 여러 이점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상반기 판매가 브랜드의 생명을 결정한다. 특별히 엔트리카의 수요가 몰리는 1/4분기에 엘란트라는 말 그대로 무척이나 싱거운 죽을 쒔다. 그런데 꼭 우수한 경쟁자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엘란트라 역시 알맹이가 무척이나 괜찮기 때문이다.

“경쟁자 분석에 안일했다는 생각. ‘에코’ 모델은 연비 경쟁력 떨어져. “

현대는 늘 경재자들보다 발빠른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왔다. 옵션에서 앞서갔고 IT관련 기능들에서 늘 선도하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왔다. 하지만 엘란트라 마케팅에서는 그런 발빠름이 보이질 않는다. 출시 초 엘란트라의 파워트레인은 시빅에 비해 결코 매력적이지 못했다. 147마력 2.0 누 엔진은 다이내믹한 몸짓을 보였던 시빅 터보를 시승한 소비자들을 어필하지 못했다. 특히나 도심/하이웨이 29/38mpg라는 연비는 매력적이지 못했다. 시빅 터보는 도심/하이웨이 31/42mpg로 웬만한 하이브리드만큼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얼마전 현대는 엘란트라 에코라는 모델을 긴급 투입했다. 어찌나 긴급하게 선보였는지 2000년대 아반떼가 끼던 휠을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이 차는 1.4리터 터보와 7단DCT를 갖췄는데, 연비가 도심/하이웨이 32/40mpg를 기록한다. 에코라는 말이 무색하다. 좋은 연비를 얻기 위해 15인치로 다운했고 디자인도 어정쩡하다. 이 차가 얼마나 판매에 영향을 줄지는 상당한 미지수다.

여기에 현대가 최근 ‘제값받기’ 운동을 펼친 것도 원인으로 여겨진다. 미국에서 아직 현대라는 브랜드는 갈길이 멀다.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가 줄어든 것은 브랜드 전반적으로 판매에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애국심으로 사주던 한인들도, 몇해전 ‘교민할부프로그램(한국서 보증을 서면, 크레딧이 낮아도 신차를 구매할 수 있는 혜택)’도 사라지자 현대에 적지 않게 등을 돌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대는 긴급히 6개월 할부유예와 함께 60개월 년이자 0.9%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공개했다. 남가주의 한 딜러는 월 98$에 엘란트라를 팔겠다는 파격적인 프로모션도 내놓았다. 제값 받을 생각보다는 일단 팔아야 한다는 압박이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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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메인 홈페이지에 뜬, 엘란트라 프로모션. 박스는 남가주 지역 한 현대딜러가 제시한 파격적인 판매 조건 광고.

자꾸 시빅 이야기를 해서 조금은 불편하지만, 언급한대로 쿠페에 이어 고성능 해치백 모델이 곧 선보인다. 세단으로 포화된 시장에서 가지치기는 분명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갓 나온 신차인 엘란트라의 가지치기는 사실 조금 먼 이야기다. 이는 그만큼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것. 시빅이 잘나가는 때에 출시된 신형이라면, 경쟁자 분석에 조금 더 면밀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시작부터 1.4터보의 출력을 높여 주력으로 뽑고 시빅 쿠페 판매 전에 아반떼 스포츠와 같은 모델을 먼저 투입하는 등 발빠른 전략을 펼쳤으면 어땠을까? 5월은 메모리얼 데이는 물론 가정의 달 등 엔트리카 판매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시기다. 6월초에 공개될 5월 판매에서 엘란트라는 과연 부진을 면할 수 있을까? 양재동에서 오는 전화를 막으려면 현대 미국 임원들은 조금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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