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팀미팅 후기] 지나치게 높은 자신감과 낮은 감성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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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제네시스. 아니지, 이제 ‘현대’를 떼고 제네시스라고 불러야 하는 그 브랜드가 지난 LA오토쇼에 팀 미팅을 가졌다. 이름은 거창했지만 2016 LA 오토쇼 프레스데이 폐막을 앞두고 취재에 지친 기자들을 달래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제네시스 팀 일정 뒤로는 특별하게 취재할 만한 것도 없다보니 일찍와 자릴 잡았다. 그런데 시작부터 좀 편치 않은 느낌이 강했다.

제네시스가 미국에 독립 브랜드를 선언한 것이 지난해 11월 LA오토쇼 현대 부스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이 G90와 G80가 나왔고 실제 딜러에서 판매되는 모델로 다가왔으니 더이상 허상의 뜬구름 같은 브랜드는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2016 LA 오토쇼에서는 제네시스가 적어도 따로 부스를 구성해 참가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대 부스 귀퉁이에 로고 하나를 걸어두고 G90와 G80, G80 스포츠를 전시하면서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가 현대인가, 제네시스인가?

‘현대’를 뗐지만 아직도 ‘현대’ 그늘 아래 존재하는 제네시스

LA 오토쇼 현대 부스 바로 붙어서 캐딜락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한칸 건너서는 아우디가 있고, 그 옆은 재규어, 다시 그 옆은 렉서스다. 럭셔리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온 그들을 바라보면서 제네시스는 조금은 초라한 듯 자리한 느낌도 든다. 제네시스 관계자들은 ‘현대’라는 말을 앞에 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한국에서 온 나에겐 아직 ‘현대’라는 말이 습관처럼 나온다. ‘제네시스’라고 강조하는 이들에게 그럴꺼면 왜 현대 부스 옆, 귀퉁이에 자릴 잡았는지 묻고 싶다.

팀 미팅이 시작되자 향긋한 와인바가 문을 열고, 다운타운LA에서 마카롱으로 유명한 보테가 루이에서 공수해온 예쁘게 포장된 마카롱들이 기자들에게 건너진다. 행사의 주 내용은 제네시스 북미 총괄 어윈 라파엘이 제네시스 브랜드의 각 부문을 맡은 임원과 직원들을 소개하고 앞으로 어떤 브랜드로 키워 나가겠다는 각오를 말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몇가지 귀에 담을 만한 내용은 제네시스는 그 무엇보다 고객과의 관계,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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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에서는 ‘관계’가 정말 좋아지길 기대해본다.

현대가 운영하는 미주한인들을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다. ‘FACEBOOK.COM/HYUNDAI_KA’라는 페이지엔 종종 현대차의 프로모션이나 홍보 내용들이 올라온다. 그런데 여기 댓글들이 참 재밌다. 그 중에서 에쿠스를 탄다는 한 한인은 현대차의 서비스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댓글을 달았다. 에쿠스는 현대가 메인터넌스 수리시 리무진을 대여해줄 정도로 서비스의 최정상을 말하고 있는 모델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제네시스를 탔던 지인들 역시 다시는 사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할 정도로 평이 좋지 않았다. 제네시스에게 미주한인소비자들은 주요 VIP 고객(물론 제네시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이다. 왜냐면 차에 대한 특별한 설명과 소개 없이도, 이들은 타인종보다 제네시스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남부 캘리포니아에 돌아다니는 에쿠스 중 어림잡아 10대 중 8대는 한인이 타지 않을까 싶다. 현대가 미국내 인종별 판매량도 한번 공개해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사랑을 해줌에도 사정들을 들어보면 사실 ‘관계’가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현대’를 떼고 새롭게 시작한다고 하니 한번 지켜볼만은 하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결과는 그럭저럭. 전용 매장하나 없이 언제까지?

제네시스는 성경의 창세기를 뜻한다. 새로운 고급 브랜드를 창조해낸 현대로서는 심혈을 기울여야 함에도 아직 소극적인 마케팅에 의문을 가져본다. G90야 새차이니 그렇다쳐도, 사실 G80는 지금까지 현대 제네시스로 팔던 모델에서 뱃지를 바꾸고, 제네시스 모델에서 옵션이었던 것들을 기본으로 돌려 가격을 올려 다시 선보였다. 적어도 한국형처럼 범퍼 디자인이라도 바뀔줄 알았다. G80 미국형에 관한 기대는 일반 현대 매장 한 귀퉁이에서 다른 차들과 함께 팔리는 것을 보고 완전하게 깨졌다. 

전용 매장도, 심지어 모터쇼에서도 현대 부스의 귀퉁이를 빌려 전시된 이 차를 두고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비즈니스의 근간, 삶 이런 말을 백번 주장해봤자 누가 이 차의 가치와 감성을 읽을 수 있겠는가? 미 서부는 제네시스에겐 정말 큰 시장이다. 많은 한인들이 있고, 현대차에 비교적 우호적인 다른 아시안 인종도 많이 거주한다. 그럼에도 제네시스의 전반적인 느낌은 동부의 백인들 바라기가 느껴진다. 북미오토쇼나, 아님 현대가 사랑하는 뉴욕오토쇼에서는 부디 보란듯 제네시스만의 부스를 한번 차려보기 바란다. 

창대한 시작은 백업요원들이 부족해보인다. 신나고 멋지게 새로운 브랜드를 홍보하고 팔아야 하지만 정말 의외로 소극적이다. 아직 모델 라인업이 부족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시작을 8기통이 달린 풀 플래그쉽 모델로 론칭한 브랜드치고는 정말 너무 안타까움이 많다. 

G80 달고도, ‘현대’ 보다 못팔아. 판매량은 거짓말 안해.

지난 11월 제네시스 판매량은 G80가 1,005대, G90가 301대를 기록했다. G90는 올해부터 판매됐으니 지난해 비교는 어렵고, 현대 이름을 달고 팔았던 제네시스의 작년 11월 판매는 1,837대. 어찌된 것이 G80를 달고도 ‘현대’가 붙었을 때보다 못팔았다. 물론 제네시스는 G80의 작년 판매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다. 새로운 브랜드이니 작년 판매 기록이 없다는 것이 이유일 듯. 그러나 다들 지금의 G80가 현대 제네시스에서 뱃지를 바꾼 것이라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다. 정말 눈가리고 아웅이다. 

2016년 11월 제네시스 판매량. 자료=제네시스 미디어
2016년 11월 제네시스 판매량. 자료=제네시스 미디어

 

제네시스가 지금보다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그들은 늘 입으로는 최고, 지금까지 없던 럭셔리를 말하곤 한다. 자신감은 조금 지나칠정도로 느껴진다. 히자만 차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꼭 시간을 두고 볼 일은 아니다. 제네시스가 좋은차로 나올 때 경쟁자들은 뒷짐 지지 않는다. 캐딜락과 아우디 부스를 바라보는 G90와 G80에게서 고급차의 철학이나 감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잘만든 차 정도…, 

총괄 매니저는 “지금은 시작이다. 앞으로 2021년까지 라인업을 갖춰 나가겠다”고 말한다. 라인업도 중요하겠지만 말만큼 받춰주는 감성과 품질, 그리고 ‘관계’가 정말 잘되고 있는지 살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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