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K 칼럼] 미국에 부는 해치백 바람. 그것도 뜨겁기만한 핫해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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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트럭과 SUV의 왕국인 미국에서도 꽁무니 없는 해치백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나도 그 중 하나다. <탑기어>한국판에 있을 때 난 폭스바겐 GTI 마니아였다. 당시 내놓으라는 새차들의 키를 받아도 별로 흥미가 없었지만, GTI의 키를 잡을 땐 정말 아드레날린이 한껏 솟아올랐다. 아침에 받은 시승차를 다음날 새벽까지 타고 그대로 건네 준 적도 있다. 내 첫차는 라노스 로미오라는 3도어 해치백이었고, 그 다음으로 칼로스 3도어를 산 적이 있다. 물론 아련한 옛날 이야기다.

미국으로 건너오니 내가 탔던 차들과 모델들은 조금 수준이 낮은 부류에 속했다. GTI는 틴에이져들이나 탈만한 차로 여겨지기도. 실제 면허를 갓 딴 틴에이져들은 오히려 코롤라나 시빅 같은 세단을 더 선호하기도 했다. 나 역시 미국에서 탈만한 펀(FUN)카를 고를 때 해치백을 우선시 했으나 마땅한 모델이 없었다. 결국은 무척 미국스러운 2도어 스포츠카를 샀지만 마음 속 한켠에서는 해치백에 대한 열망이 식을 줄 몰랐다.

최근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유럽형 모델을 미국으로 가져오면서 기이한 현상이 생겼다. 바로 해치백의 등장이다. 포드유럽을 대표하는 모델은 미국처럼 거대한 SUV가 아니다. 바로 포커스다. 해치백 포커스는 많은 유럽인들의 인생에 있어 친구와 같은 자동차다. GM은 쿠르즈 모델의 가지치기로 해치백을 함께 선보였다. 단종된 새턴은 오펠 아스트라를 가져와 팔았다가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이내 단종해버렸다. 지금 시대라면 어땠을까? 새턴이 조금 발빨랐다.

토요타는 매트릭스가 있었고, 거기에서 파생된 폰티액 바이브라는 모델도 있었다. 현대도 해치백이 별 인기가 없는 미국 시장에 꾸준하게 엘란트라GT를 팔고 있다.  기아 역시 리오 해치백은 물론 포르테 해치백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그래도 조국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이런 해치백을 꾸준하게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참 반갑다. 디젤 게이트 사태를 겪은 폭스바겐은 그나마 골프 시리즈로 숨을 쉬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해치백이 팔릴까 싶은 이 미국에서도 나름 여러 브랜드들이 해치백 모델을 라인업에 올려 놓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해치백 시장이 한단계 도약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로 해치백의 자랑인 ‘핫해치’들이 하나하나 얼굴을 드러내기 때문.

포드는 포커스의 최강 버전인 ‘RS’를 미국 시장에 공개하면서 고성능 해치백 마니아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런데 냉각수 새는 문제는 잡았는지 모르겠다. 혼다는 신형 모델에 해치백을 더하고, 급기야 ‘타입R’을 미국 시장에 가져왔다. JDM 마니아들은 요즘 무척 신날 것이다. 골프는 ‘R’모델의 출력을 더욱 높인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놓았고, 현대는 ‘벨로스터N’을 최근 미국 시장에 공개했다.

2018 뉴욕오토쇼에서 베일을 벗은 토요타 코롤라 해치백

그리고 최근 토요타가 이 장르에 불을 질렀다. 2018 뉴욕오토쇼를 통해 공개된 신형 코롤라 해치백은 신형 플랫폼 기반 낮은 자세와 신형 엔진을 지녔다. 처음 난 그 차를 보고 오펠 아스트라 OPC 인줄 착각을 했다. 그 만큼 스포티하다는 것. 쉐보레도 쿠르즈 해치백의 디자인 일부를 손본 신형 모델을 최근 공개했고, 포드 역시 신형 포커스 해치백의 베일을 벗겼다. 여기에 곧 마즈다가 신형 마즈다3를 가져올 것이다. 마즈다스피드 버전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현실에 근접했다는 소문도 돈다.

미국도 대가족이 아닌 싱글 패밀리 중심으로 변화가 가속화되고, 도심으로 젊은이들이 몰려들면서 자동차 생활 패턴도 많이 바뀌기 시작했다. 개스값이 그렇게 고가 행진을 하지 않음에도 소형차 판매가 나쁘지 않고, 이 같은 해치백에 눈독을 들이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시아권, 유럽권 출신들이 주류로 진입하고 인구수도 늘면서 이런 변화도 함께 왔으리라. 요즘 난 브랜드별 자동차 모델 조사를 할 때에 이제는 유럽 쪽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이제 미국에도 포커스 RS가 있고, 타입R이 달리며, 골프 R 뿐 아니라 벨로스터 N까지 있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해치백 춘추 전국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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