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스팅어 GT를 타고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샌패드로가 이렇게 재미난 곳임을”
이른 아침, 110번 프리웨이를 타고 LA에서 샌패드로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기아 스팅어 GT는 생각 이상으로 운전자의 니즈를 잘 살펴가며 날렵하게 몸을 이끈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을 쥔 두 손과 허리를 바짝 당겨주는 시트가 무척 든든한 느낌을 준다. 주먹을 쥐듯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기어레버는 분명 스포츠카의 DNA. 여기에 HUD를 통해 전달되는 운전 정보는 신속하고 재빠르게 스팅어를 이끄는데 도움을 준다.
샌패드로항은 롱비치항과 더불어 로스앤젤레스를 살아 숨쉬게 만드는 허파와도 같다. 이곳을 통해 들어오는 컨테이너와 이를 나르는 트럭을 보고 있자면 이 도시가 여전히 뜨겁게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샌패드로는 다소 기계적인 삭막함이 있지만 나름 숨겨진 따뜻함도 있다. 마치 스팅어 GT가 전해주는 그런 느낌과 같다.
샌패드로 다운타운에 도착해 잠시 숨을 거른다. 내가 이 도시를 사랑하는 이유는 높은 언덕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집들이 주는 풍경 때문. 비교가 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럽의 어느 바닷가 마을 절벽에 자리한 집들을 보는 느낌도 든다. Gaffey 스트리트를 따라 25가를 지나면서 부터는 상당한 경사가 이어진다.
아마 이런 도로에서 스팅어의 진가가 나올 것 같은 내 예상은 적중했다. 항시 사륜구동(AWD)의 토크 배분은 훌륭하다. 자칫 뒤로 밀릴 것 같은 경사에서도 든든하게 차체를 지지한다. 트윈터보를 바탕으로 한 넉넉한 토크는 오히려 이런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운전자에게 기쁨을 전한다.
이 도시가 주는 매력을 나는 지금 스팅어 GT로 인해 배로 더 즐기고 있다. 무역항이라고만 생각한 샌패드로는 그렇게 무척 재미있는 운전의 즐거움을 전하는 루트가 됐다. 지금까지 다른 차를 타고 왔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이 스팅어 GT를 타면서 새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 이 차로 향하는 샌패드로 주민들의 시선 또한 스팅어를 타는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샌패드로에는 꼭 잊지 말고 들러봐야 하는 명소가 있다. 바로 ‘우정의 종각’이다. 이 종은 한국과 미국의 우정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76년 7월 4일 대한민국 정부가 이곳에 기증했다. 종에는 특별히 신라시대 성덕여왕과 미국 자유의 여신이 함께 새겨져 있다. 두 나라가 자유와 독립을 위해 쌓은 우정이 영원하리라는 의지를 담고 있다.
샌패드로에는 한국과 인연이 있는 장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SS 라인 빅토리’라는 수송선이다. 이 배는 한국전쟁 당시 흥남에서부터 철수한 군인과 민간인을 피난시킨 주인공. 실제 배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데, 내부에는 한국 전쟁 당시 이 배의 활약상이 잘 설명되어 있어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 살아있는 증거로 다가온다.
이 도시의 매력은 비린내 나는 낚시배들이 정박하고 있는 항구로 내려오면 조금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해가 질 무렵, 샌패드로항이 붉게 물들 때에 이 곳의 느낌은 무척 이국적이다. 지는 해가 스팅어 GT에 닿자, 루비색 보디 컬러가 더욱 붉게 물드는 느낌. 아마 오늘 이 차를 가지고 만든 여행 사진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지금 펼쳐진다.
아직 해가 넘어가지 않은 바닷가 길을 따라 달릴 때에 70년대 올드팝을 틀어본다. 이 차에 달린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은 무척 풍부한 음질의 소리를 전한다. 넉넉하고 힘을 바탕으로 해안도로를 달린다. 편안한 주행이 돋보이는 스팅어와 함께, 해지는 노을이 무척 잘 어울린다.
스팅어 GT에 붙은 ‘GT’라는 의미는 그랜드 투어링 또는 그란 투리스모라고 풀어 읽는다. 이 뜻은 웅장한 여행? 내지는 편안한 여행을 위한 자동차라는 뜻을 담고 있다. 스팅어 GT가 힘만 앞세운 스포츠 세단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 샌패드로를 달리며, 여유로운 여행자를 위한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한 조건을 스팅어 GT를 통해 배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