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의 뒷 이야기

49

NYAS_Chrysler_0061-580x386

고귀한 것에는 뭔가 고귀한 것이 어울린다. 고귀한 자동차에도 마찬가지다. 고귀한 자동차에는 고귀한 휠과, 고귀한 엔진 그리고 고귀한 마감재로 만들어진 인테리어 재질과, 고귀하게 잡아죽인 송아지를 벗겨만든 가죽이 들어간다. 그런제 정작 중요한, 고귀한 오디오가 빠지면 우린 그 차를 고귀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차는 그냥 고급차다. 김태희님을 만났는데 박경림씨 목소리가 나온다면 이것 참 곤란해진다. 

파나소닉 오디오에 CD플레이만 달려도, 너무나 좋던 시절이 있었다. 풍부한 베이스, 귀 속 귓밥까지 질질 긁어주는 듯한 고음.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려는 것들은 그런 싸구려가 아니다. 당신의 평균치 연봉을 털어서 사야될 차에 달린 오디오들은 그야말로 이름값을 하는 고귀한 것들이 달려나온다. 고귀한 브랜드에서 일하는 영업사원들에게 이 고귀한 오디오 브랜드는 굉장히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다.

고귀한 자동차들이 고귀한 오디오 브랜드에 주목을 할 때.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힙합계의 고귀한 거장 닥터 드레 역시 무엇인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비츠 오디오 컴파니의 닥터 드레와 비츠 오디오의 파트너 지미 로빈은 자사의 브랜드에 어울리는 무엇인가를 찾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의 작품, 비츠바이닥터드레는 그럴 만도 했다. 

Dre-Lovine

이 둘은 인기를 바탕으로 비츠 오디오의 판매 영역을 넓히기로 결정한다. 바로 자동차 브랜드와의 합작을 통해서다. 로빈은 이런 포부를 안고,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을 만났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문전박대를 당했다. 현대 같은 브랜드도 렉시콘을 담을 정도니, 비츠 오디오를 보는 자동차 회사들의 반응은 짐작이 갔다. 소문에는 미국의 유력한 자동차전문언론을 만나서 도움을 요청했고, 그 언론이 소개해준 브랜드 역시 반응이 시큰둥 했다고도 전해진다. 사실, 아우디가 이들에게 반가워했을까? 아니면 렉서스나 벤츠가 반가워 했을까? 설사 진짜 나왔다해도, 그건 자동차 브랜드 역사상 최악의 조합이 아닐까도 싶다.  혹시 중국에서 만약 AODI라는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를 만들었다면요.  BEATS 오디오도 BITS오디오라는 짝퉁으로 그런 차에 달려 나올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렇게 지쳐있는 그들에게 구세주가 나타난다. 바로 크라이슬러다.

당시 미국인들에게 300C는 그렇게 신선하지 못한 차였다. 2004년에 등장한 이 녀석은 크라이슬러 그룹이 망하는 과정에서 꾸부정하고 멍청한 이미지만 심어주었고, 돈 없는 깡패형들이 타고 다녀서 이미지도 그렇게 좋지 못했다. 실제 돈 있는 깡패형들은 벤츠를 탄다. 대표주자로는 740i도 있다. 어쨌든 크라이슬러가 정신 못차리고 있을 때 이태리 장삿꾼피아트가 이 덩치를 먹으면서, 모델들이 나름 유러피안 감성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래서 새로운 300C가 2011년 미국을 강타한다. 크라이슬러는 이 차의 판매 포인트와 붐업을 시켜줄 유며인들로 힙합 연예인을 꼽았다. 제이지 같은 애들한테 참 많은 돈을 써가며, 300C를 연결지었지만 쓴 돈 만큼 큰 성과를 얻진 못했을 것 같다. 이유는 그런 연예인들 안써도 300C는 힙합전사들의 기호품이었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홍보대사 등을 제외하곤 진짜 힙합전사들은 이런차를 안탄다. 그들에겐 롤스로이스와 벤틀리가 있다. 

2013-Chrysler-300-626x382

여하튼, 닥터 드레와 로빈은 크라이슬러를 만나, 새로운 300을 쳐다보게 된다. 크라이슬러 입장에서도 이 둘을 마다 할 이유가 전혀 없었고, 두 양반들도 새로운 300을 보자마자 침을 질질 흘렸다. 뭔가 비츠 오디오와 속궁합이 최고로 이뤄질 느낌이 왔을 것이다. 힙합전사들에게 우호적인 크라이슬러 역시 성큼 악수를 건넨다. 그렇게 비츠오디오의 첫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콜레보레이션 300S가 나온다.

300S 비츠 오디오 에디션은 10스피커, 서브우퍼, 알파인 헤드유닛, 모든 조율을 비츠오디오의 기술로 만들어냈다. 발표당시, 뱅앤올룬습 이야기를 유난히 많이 꺼낸 이유로 미루어 볼때, 아마 이 둘이 아우디에서 가장 심한 문전박대를 당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차는 다른 그 무엇보다 힙학과 랩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최고의 소리 조합을 만들어 냈다. 닥터 드레의 음악을 들으며, 300S를 운전하면서 헐리우드 밤거리를 다니면 어떤 느낌이 들지 너무 궁금하다. 비츠 오디오의 300S는 정말 크라이슬러가 헛발질하면서 힙합전사들과 이뤄보려던 그 어떤 감성의 노력을 완성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출시 당시 차 값은 3만7천달러.  이돈으로 사실, 살 수 있는 차가 너무나 많은 미국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올 블랙 300S 비츠 에디션을 꼭 사보면 좋겠다. 검정 비츠에디션 300S가 지나갈 때마다 콜라보레이션에 담긴 그들의 노력과 정성에 엄지를 들어본다. 

 

미주한인들을 위해 정확하고 흥미로운 자동차 뉴스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mail: [email protected] , 유투브 MMK GEAR / 폴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