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안파는 현대의 구원투수 아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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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좀 해야겠다. 지난해 현대기아 내수 점유율이 7년만에 70% 아래로 내려갔다고 한다. 박수를 쳐야 할까? 아니면 긴장을 해야 할까? 사실 일반 소비자입장에선 박수칠일도, 긴장해야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현대차를 타보았거나, 이상여부가 발생되면 “원래 그래요”라는 말로 상처입은자들에겐 박수칠일 것이요. 언제 무너질까? 라고 예상했던 현대기아 영업관련부서는 올 것이 왔다는 입장일 것이다. 차의 좋고 나쁨을 떠나, 특정 브랜드에게 몰린 과도한 판매량은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에게,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외에서는 현대기아에 좋은 뉴스도 있었다. 지난해 <포츈>이 발표한 2014 글로벌 500에서 현대, 기아는 매출로 따지면 자동차분야에서 세계 8위에 올랐지만, 순이익을 합치면 다임러를 제치고 세계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 현상을 보고 한국 소비자들은 한마디씩 던진다. “한국 소비자들을 얼마나 뜯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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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해외에서 국위를 선양하면 물론 환영해야하는 일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현대차의 미운 모습들은 그대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알려져왔다. 리콜에 대응하는 자세나, 해외 소비자들을 챙기는 태도가 한국과 확연히 다른 모습 등에서 많은 현대 안티가 생겨났다. 무엇보다 현대차 일부 고급 모델의 국내외 가격 등이 여과없이 비교되면서 더더욱 그런 현상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들이 현대차를 외면할만큼 파워를 지닐 수 있을지를 많은 이들이 의심했다. 왜냐면, 이제까지 현대 혹은 기아차를 대신할 대안모델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현대차가 제일 좋아”라는 인식이 팽배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복병은 쉐보레, 르노삼성, 쌍용과 같은 한국내 경쟁자가 아니었다. 모두가 예상하듯, 거침없이 성장해온 한국내 수입차 시장은 이제 현대 기아의 70% 내수점유율이라는 철옹성에 박격포를 날렸다. 아반떼나 쏘나타급에서는 사실 큰 변화가 없다고 해도, 이미 3천만원대 이상 시장에서는 수입차의 파고들기가 생각보다 강하다고 한다. 어쩌면 이것은 현대가 둔 자충수일지 모른다.

수입차 공세에 대비해, 현대는 자사의 일부 모델을 수입차 출시 가격에 맞춰 지속적으로 차값을 올려왔다. 한국에서 만들어 한국에서 파는차가 도대체 왜 수입차와 버금가는 가격을 지닌 것에 처음엔 반감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느새 제네시스의 5천만원이 익숙해졌고, 에쿠스의 8천만원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그랜저의 4천은 일도 아니다. SUV는 또 어떤가. 이러는 사이 수입차는 점점 거품을 빼고 가격을 낮춰왔다. 자동차가 처음 출시될 때 가격은 상당히 민감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가격이란 것은 낮은 것을 올리기는 쉽지만, 한번 올라간 것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당장 쉽게 생각해봐도, 오늘 5천만원 주고 산 차가, 내일 4천500만원이 되면 진심으로 심기가 불편하다. 하지만 5천만원을 주고 산 차가, 내일 5천500만원이 되면 오너는 행복하다. 하지만 이 논리에는 ‘가치’라는 것이 인정됐을 때 이야기다. 현대차의 차값 올림이 비난받는 이유는 바로 ‘가치’에 있다. 한국에서는 현대의 신차가 나올때면 “아니 뭘 이걸 이만큼이나 받어, 수입차도 아닌데”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즉, 현대차에는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어느 정도의 가치 기준이 있었는데, 현대는 그걸 철저하게 무시해버린다. 이유는 현대 스스로 제네시스는 5시리즈를 뛰어넘는 럭셔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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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수입차는 곧 비싼차’라는 인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한번 사볼까? 라는 모델이 고개를 들고, 수입사들도 신모델 출시가를 자꾸만 낮춰왔다. 여기에 파격적인 할인과 혜택 등이 소비자를 꼬신다. 지금 3천에서 4천만원대는 자동차 시장은 정말 치열하다. 5천만원대 이상은 이제 수입차의 세상이다. 5시리즈는 강남 쏘나타가 됐다. 억지로 가격을 끌어올린 현대는 요즘 아차하기 시작한다. “이러다 내수를 뺏기겠다?”라는 위기감이 돌았는지, 예전처럼 신차 출시할 때 미친듯 오른 가격을 내놓지는 않는 것 같다. 당장 “수입차보다 비싸?”이런 반응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다양해지는 수입차에 대비해, 라인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전에는 세단으로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해결하는 자동차 라이프를 즐겼다면, 요즘은 용도에 따라 구매하는 패턴이 늘어간다. 따라서 SUV, 해치백, CUV, 웨건 등이 강했던 수입사들도 점점 빛을 보기 시작했다. 현대는 더더욱 가지치기를 늘려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구구절절 한국 수입차 시장 이야기에 대해선 마무릴 짓겠다. 이제 구원타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한국 자동차 역사에는 어려울 때 회사를 위기에서 구한 영웅들이 있다. 옛 대우의 비상을 이끈 르망과, 기아의 프라이드, 봉고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서 거론할 필요도 없다. 이들은 투아웃 만루에서 시원한 홈런을 쳐냈다. 그 이유는 타이밍이다. 90년대 마이카붐이 일면서, 르망과 프라이드는 말 그대로 연령대를 뛰어넘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경기가 좋아, 자영업자가 늘어나던 시기에, 봉고는 그야말로 최고의 동반자였다. 이 처럼, 구원타자는 등장한 이유와 환경이 맞았을 때 홈런을 친다. 그런데 아슬란은 등장 이유와 환경은 어떤가? 

언론사들이 헤드라인에서 밝힌 아슬란의 등장 원인은 내수시장의 부진을 타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현대가 지금 가장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는, 4천만원대 이상 시장에서 소비자 수요를 끌고 오겠다는 거다. 사실 AG는 HG 그랜저 후속이라는 설도 많았지만, 일단 그물망을 촘촘하게 만들기 위해 그랜저 상급 모델로 선보였다. 하지만 누가봐도 그랜저 후속으로 보인다. HG는 2011년에 선보였다. 3년이 지났으면 후속 모델이나 페이스리프트 정도는 나왔어야 하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디젤 모델이 선보이면서 2015년형이 범퍼와 안개등 정도가 바뀐 것이 전부. 페이스리프트가 아닌 상품성 개선 모델이다. AG, 차명은 아슬란으로 결정됐다. 아슬란의 등장 이유는 앞서 밝힌 대로지만, 지금 환경이 아슬란을 정말 절실하게 요구하는지는 모르겠다. 이 두 가지는 구원타자가 홈런을 치기 위한 요건인데 하나가 부족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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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만원대 모델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과연 고를 차가 없어서 아슬란이 필요할까? 4천만원대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무조건 대형세단만을 선호할까? 무엇보다 그랜저와 제네시스를 메꾸면서까지 그물망을 만들어 놓으면 과연 소비자들이 걸려들까? 현대 기아를 합치면, 이제 그물망은 굉장히 촘촘해진다. ‘쏘나타, K5 < 그랜저, K7 <아슬란 <제네시스 <K9 <에쿠스’ 라고 봐도 될까? 이 정도면 정말 빠져나갈 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소비자들이 타고 나갈 개울들이 너무 많다. 꼭 현대기아가 그물을 친 곳만을 지날 필요가 없다. 그만큼 4천만원대 선택폭이 넓어졌다. 촘촘한 그물망 전략. 과거 이런 방식이 잠깐 먹힌 적도 있었다. 바로 마르샤다.

1995년에 선보인 마르샤는 당시에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에 자리했다. 당시 마르샤의 경쟁 모델은 상당히 애매했다. 대우 브로엄은 상급 그랜저까지 담당해야 했기에, 마르샤와 비교되는 걸 꺼려했고. 기아 포텐샤 역시, 그랜저의 대항마였기에 마르샤와 비교되는 순간 급이 내려갈 것을 우려했다. 마르샤의 상대는 마르샤였던 환경. 마르샤는 “공무원들의 그랜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그랜저를 타기엔 부담스럽고 쏘나타를 타기엔 조금 모양빠지게 느꼈던 이들에게 정확하게 어필했다. 물론 그 수가 생각만큼 많지 않아서 판매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마르샤라는 포지션에 대해선 확실한 인상을 남길 만큼 군림한 것은 사실이다. 아슬란의 포지션은 마르샤와 얼핏 같아보이기도 하지만, 환경과 원인은 전혀다르다. 마르샤 만큼이나 이미지 포지셔닝이 가능할까도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마르샤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자리하면서, 결국 단종이라는 쓴맛을 봤다. 아슬란에게 마르샤의 저주가 드리워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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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만든차가 마케팅의 실수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를 원치 않는다. 겉으로 볼 때 아슬란의 상품성 자체는 괜찮아 보인다. 현대와 기아의 아이덴티티가 무척이나 잘 버무려졌다. 리어와 측면에서는 기아차가 엿보이고, 프런트에선 현대의 아이덴티티를 이어간다. 성능이나 품질은 세계 최고라고 하니, 시승기들이 나오면 밝혀질듯 하다. 하지만 아슬란이 지금 꼭 현대에 필요할까라고 되묻고 싶다. 현대가 정말 7년만에 내수가 떨어진 것에 위기를 느낀다면, 아슬란이 아닌 현재 판매중인 모델들의 상품 개선이 어떨까 한다. AG가 그랜저의 뒤를 이으면서 디젤 모델로 선보였다면, 아마 구원타자의 본질을 갖출지도 모르겠다. 그랜저라는 브랜드에 신차효과가 겹쳐질테고, 게다가 디젤까지 나온다면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또한 쏘나타에 디젤을 올리고, i40의 상품개선이 필요하다. 제네시스에 디젤 이야기도 점점 흘러나온다. 상품 개선과 더불어 이제는 감성 개선도 필요하다. 옵션이 별로 없는 골프를 탈 때 받는 느낌을, 같은 가격대인 풀옵션 쏘나타에선 느끼지 못한다. 물론 급과 성격이 다르니 그럴 수 있다. 그렇다고 i30를 타봐도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기능과 옵션이 아니다. 골프처럼 세대를 따져봐도 쏘나타 역시 꿀리지는 않는다. 그 오랜 세월동안 새로운 모델들이 선보이지만 여전히 잘나가는 수입차들에 비해 2%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개선은 눈으로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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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볼프스부르크에 가면 아우토슈타트라는 폭스바겐의 심장이 있다. 그 유명한 타워형 출고장이 있는 곳이다. 당시 출장차 방문한 그곳에서 폭스바겐의 힘을 엿보았다. 소형차 폴로를 받기 위해 할아버지부터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전날부터 아우토슈타트를 방문한다. 그리고 최고의 호텔에 머문다. 폭스바겐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도받을 차가 나오면, 담당자들이 도열해서 모두가 박수를 쳐준다. 그런 환대를 받고, 가족은 그곳을 떠나 검정색 폴로를 타고 집으로 향하게 된다. 지금도 그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려진다. 그 자체가 축제다. 혹시 현대차에 차를 받기 위해 울산에 가본 이들이 많을 줄 안다. 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차를 내가 받으러 왔는데도 뭔가 부담스럽다. 다만 대기실 식당밥은 맛있기는 하다.

이런 것들이 현대가 극복해야할 환경이 아닐까 한다. 차를 사랑하는 회사와 붙으면, 차를 팔아먹는 회사는 깨지기 마련. 차를 사랑하는 회사는, 자동차에 사랑을 담는다. 차를 팔아먹기 위한 회사는 자동차에 경제를 담는다. 정이 붙을래야 붙을 수가 없다. 폭스바겐그룹은 <포츈>이 선정한 2014 글로벌 500에서 자동차분야 1위 기업이다. 저력의 힘이 어디서 오는지 짐작이 간다.  

아슬란의 선전을 기원한다. 하지만 현대가 자꾸 한국 소비자들을 정떨어지게 하면, 아슬란 아니라 그 더한 것이 나와도 하락을 멈출길이 없을 것이다. 최근 현대가 WRC에서 우승도 하고, 강남엔 모터스튜디오도 지으면서 약간은 정들게 하는 시도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기존 모델의 상품성 개선과, 돈벌이 대신 사랑을 담아 자동차를 만들기를 바란다. 거대한 둑은, 작은 돌멩이가 하나 빠지면서 순식간에 무너진다. 아슬란이 그 둑을 지키는 플란다스의 사자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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