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K 칼럼] 크루즈(CRUZE) 버리고 크루즈(CRUISE) 타겠다는 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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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구조조정안 통해 약 60억 달러 현금 확보 가능성 예측

안 팔리는 차를 버릴 것이냐, 그나마 있는 시장이라도 지키는 것이 좋을 것인가?

 

Paul Hwang(모터미디어코리언 편집장)

 

GM이 일부 공장 폐쇄와 1만 명이 넘는 감원을 포함한 대대적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자 미국 정부를 포함 이해관계가 묶인 주변국들이 즉각 민감한 반응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로 나간 미국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이전해 일자리를 만든다”라는 주장에 뒤통수를 맞은 모양이라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고 있다. 이번 GM의 구조조정안을 들여다보면 우선 팔리지 않는 승용차를 생산하는 공장들이 폐쇄 운명을 맞을 것 같다. 여기에는 쉐보레 쿠르즈, 캐딜락 CT6, 뷰익 라크로스를 만드는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공장과, 쉐보레 임팔라를 생산하는 캐나다 온타리오 오셔와 공장이 포함됐다. 또한 변속기를 만드는 일부 공장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북미지역 사무직 5만4천명중 8천100명이 감원될 예정이며 임원 역시 25%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로 따지자면 지난 2009년 GM 파산 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다른 정치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자동차쪽으로 포커스를 살펴보면 결국 승용차를 그만 만들겠다는 것이다. 메리 바라 GM회장의 결심 배경에는 ‘안 팔린다’가 가장 큰 이유인 듯 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잘 팔리는 차를 만들어라’라는 입장이다. 메리 바라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에서 지목된 모델 크루즈(Cruze, 사진 아래)는 사실 GM이 볼 때 편하지는 않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크루즈 판매는 109,662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25.9% 감소를 보였다. 올해 3쿼터 실적 역시 지난해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추세. 대형세단 임팔라는 워낙 팔리지 않는 모델이라 그렇다해도, 중형차 말리부 역시 3쿼터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쉐보레 콤팩트 모델 크루즈

 

GM은 이들 팔리지 않는 승용차를 없애는 대신 트럭과 크로스오버를 비롯해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세대 에너지 차량에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GM은 구조조정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인력 분야에서 약 45억 달러, 설비투자에서 약 15억 달러를 절감해 모두 60억 달러의 현금 여력이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M은 무조건 적인 인력 감축이 아닌, 차세대 에너지 분야와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고용을 계속 늘리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GM은 볼트 EV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크루즈(CRUISE, 사진 아래)를 상당부분 현실화 시켰다. 최근 혼다 역시 GM의 크루즈 프로젝트에 함께 조인했고,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을 위해 12년간 2천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이 프로젝트와 관련 신규투자는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GM이 만드는 크로스오버나 전기차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느냐? 또는 받을 것이냐의 문제다. 이번 단종 모델 중에는 플러그인 전기차 볼트(VOLT)도 포함될 예정이다. 쉐보레는 순수 전기차 볼트 EV(BOLT EV)의 판매에 집중하고 계속해서 순수 전기차의 가지치기에 나설 생각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9월까지 누적된 성적으로 보면 볼트 EV가 11,807대로 경쟁 모델 닛산 리프(10,686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아 소울 EV, 혼다 클래리티 등과 같은 순수 전기차 모델이 계속해서 시장을 나눠 먹고 있기에 누가 리더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볼트EV의 경우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경쟁모델보다 길다는 것이 장점으로 통했지만, 현대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1회 충전으로 258마일을 달릴 수 있어 볼트 EV와 큰 차이가 없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달리고 있는 GM의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크루즈

 

승용차를 없애고 집중하겠다는 크로스오버 또한 그렇게 낙관할 수는 없다. 서브 콤팩트 크로스오버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쉐보레 트랙스 모델은 그렇게 성적이 좋지 못하다. 하지만 풀사이즈로 가면 쉐보레가 가지고 있는 독보적 지위 때문인지 모델들의 생존율이 나쁘지 않다. 미국 픽업 트럭 시장은 사실 포드와 GM이 양분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이 시장도 현대 팰리세이드, 기아 텔루라이드와 같은 신흥 모델들이 계속해서 치고 올라오고 있으며 서브 콤팩트와 미드 사이즈 크로스오버나 SUV 시장에서도 일본이나 한국 브랜드와의 싸움에서 GM에게 과연 어떤 장점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북미서 승용차 시장 포기하는 빅2, 그렇다고 SUV 상품성이 좋은가?

 

사실 GM의 승용차 포기 전략은 그렇게 놀랄 것은 아니다. 이미 포드는 지난 4월에 2022년까지 퓨전과 토러스, 피에스타와 같은 모델을 단종하고 크로스오버와 SUV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포드는 사실 픽업 트럭을 제외하고 크로스오버나 SUV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서브 콤팩트 에코 스포트와 토요타 CH-R, 콤팩트 크로스오버 이스케이프와 혼다 CR-V, 중형 SUV 익스플로어와 토요타 하이랜더, 혼다 파일럿, 기아 쏘렌토 등과 놓고 볼 때 미국 빅2의 모델들이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가?

사실상 미국 빅2의 승용차 버리기는 기정사실이 됐고, 이는 누군가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허리띠를 졸라맨 역량으로 자율주행이나 차세대 에너지 동력 등에 큰 비용과 인력을 쓰겠다는 것은 어쩌면 미래의 GM 생존을 보장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개인이 구매하는 ‘자동차’가 과연 생존할 수 있느냐의 것이다. 스타트업 전기차 회사들은 계속해서 필요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무인 자동차를 만들고 있고, 이런 차들이 실제 유저에게 갈 수 있도록 만든 거대한 공유경제는 내 차가 없어도 불편함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자동차가 닿기 힘든 공간마저도 파고드는 소형 이동수단 역시 공유 라이드로 묶여 이제 집 앞까지 파고들었다. ‘자동차’가 없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세상에서 팔리지 않는 자동차는 낭비일지 모른다. 이런 시장을 파고들겠다고 구조조정을 결정한 GM. 그러나 다른 자동차회사들 역시 손 놓고 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결정 후 따르는 희생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자칫 있는 기반(승용차) 마저도 다 날려버릴지 모른다는 우려섞이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메리 바라의 결정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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