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K 시승] 핫해치도 씹어주마. 2020 기아 쏘울 GT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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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K DRIVE]

“이제 핫해치도 씹어주마”

KIA 2020 SOUL GT – LINE 1.6 T

글/ Paul Hwang (MMK 편집장)

 

10년 전 기아는 미국 시장에 매우 실험적인 자동차를 소개했다. 바로 쏘울이었다. 이 차의 시작은 그리 평탄하지 못했다. 당시 미국 자동차 언론에서는 품질은 물론 달리기 성능에 관해 혹평했다. 한 미국 언론에서는 ‘플라스틱 덩어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쏘울이 도전하는 박스카 시장에는 독보적인 리더가 있었다. 바로 싸이언이었다. 미국 자동차 분류에서 박스카라는 장르는 없지만, 해치백 중에서 루프 라인이 해치 끝부분에서 수직으로 떨어진 디자인이 마치 박스(BOX) 같다고 해서 해서 박스카라 불렀다. 당시 일본 경차들이 주로 선택하는 레이아웃이었다. 당시 이 시장에는 싸이언 xB와 xD가 주류로 통했다. 특히 xB는 쏘울이 공개되기 전 2세대 모델로 거듭나면서 경쟁자의 도전을 막았다. 여기에 2001년에는 혼다가 엘리먼트를 미국에 공개했다. 이래저래 쏘울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미국 시장에서 소위 박스카라고 불리는 모델들은 모두 쏘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쏘울 2세대를 거치면서부터는 격차가 더 심해졌다. 심지어 싸이언은 브랜드 자체가 문을 닫았다.

양산 전 쏘울 프로토타입. 당시 기아에서 만든 박스카는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Photo=KIA news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는 쏘울이 이제 3세대를 맞았다. 그리고 이 차는 이제 다른 먹잇감을 찾고 있다. 내 예측이 맞는다면 신형 쏘울은 크로스오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하나 핫해치의 벽도 정조준을 하는 듯하다. 이 같은 생각은 대담하게 바뀐 디자인과 성능에서 읽을 수 있다. 이제 쏘울에서 귀여움이나 앙증맞음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그래서 쏘울의 모든 마케팅에서 햄스터들도 사라졌다. 대신 대담함과 날카로움 그리고 공격적인 부분이 부각됐다. 얇고 길게 늘어진 헤드램프는 마치 로봇을 연상시키는 LED 라인을 더해 개성을 살렸다. 이전 세대에서 다소 수줍게 자리한  호랑이코 그릴은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만큼 거대해졌고 디테일한 부분들이 훨씬 자신감 있게 비친다.

 

옆모습에서도 달라진 부분을 느낄 수 있다. 신형 쏘울은 이전 모델과 너비(70.9인치)와 높이(63인치)는 같다. 그러나 휠베이스(102.4인치)와 길이(165.2인치)가 각각 1.2, 2.2인치씩 늘었다.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덕분에 보디 사이즈는 웬만한 콤팩트 크로스오버 부럽지 않다. 마치 동물의 뿔을 연상시키는 모양의 테일램프는 지금까지 보던 쏘울의 디자인이 아니다. 절벽처럼 떨어지는 해치는 동일하지만 선이 다르다.

이제 쏘울은 단일 모델에서 그치지 않고 ‘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기아에서는 이를 카멜레온에서 얻은 영감이라고 표현한다. 쏘울 ‘X라인’은 아웃도어 지향 성격을 담고 있다. 펜더에 플라스틱 재질을 살려 거친 도로에 어울리는 외관을 갖췄다. 시승 모델인 ‘GT라인’은 쏘울 변화의 핵심이다. LED 헤드램프와 함께 테일램프에도 LED 라인으로 멋을 냈다. GT라인은 1.6터보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7단 건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 조합과 2.0리터 MPI 엔진에 무단 변속기 IVT와 연결된 모델이 있다.

 

넓어진 공간과 편의성 높인 인테리어. 10.25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 모니터 눈길 끌어

1.6 터보 GT 라인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스마트키는 스팅어에서 보는 디자인과 비슷하다. 인테리어는 쏘울 특유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계기판에 자리한 디지털 정보창과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한 원형 틀 안에는 10.25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자리했다. 그 아래로 공조 장치가 조화를 이룬다. 시트는 허리를 알맞게 조여주는 버킷 타입이며 스티어링 휠은 6시 방향이 평평한 ‘D컷’ 디자인을 갖췄다. GT 라인은 스티어링 휠 가죽을 비롯해 시트 라인을 따라 붉은색 바느질 라인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기어 레버 주변으로는 시동/정지 버튼과 함께 열선 시트, 드라이브 모드 변경 버튼 등이 자리했다.

 

시승 코스인 샌디에고 다운타운에서부터 안자 보레고 스프링스까지는 약 90마일의 거리. 프리웨이를 비롯해 로컬과 와인딩이 적절하게 섞인 루트다. 시내 주행에서는 쏘울의 성능보다는 다양한 편의 장비에 눈길이 간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 모니터는 3개의 창에 각자 다른 정보를 담고 있다. GT 라인의 경우 공조장치 밑에 자리한 수납공간 위에 무선 스마트폰 충전 포트도 갖추고 있다. 그 아래로는 USB 포트가 자리해 스마트폰 연결을 돕는다. 스티어링 휠에는 쏘울의 여러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버튼과 함께 스마트 쿠르즈 콘트롤도 작동시킬 수 있다. 쏘울은 운전자가 지정한 차간거리에 따라 앞차와의 속도를 스스로 맞추며 달려가는 똑똑함을 지녔다. 왼쪽 무릎 위로는 사각지대 경고, 차선 유지 도움 장치 등을 만지는 버튼 등이 모여있다.

 

GT 라인 터보 엔진 가속감 우수.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돋보여

도심을 벗어나 하이웨이로 접어들면서 쏘울의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아본다. 듀얼 클러치 미션은 각 기어별 힘의 분배를 적절하게 만들어낸다. 최대토크(195lb-ft)는 1,500~4,500rpm 사이로 플랫하게 이어진다. 덕분에 초반부터 이어지는 가속이 시원하다. 패들 시프터를 이용하면 조금 더 다이내믹한 운전도 가능하다.  235/45R 18 광폭 타이어는 고속에서 쏘울의 몸놀림을 보다 든든하게 만든다.

 

안자 보레고 스프링스로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내리막 코너길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노멀한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쓰로틀 전개나 몸놀림이 조금 날카롭고 묵직해지는 느낌도 든다. 쏘울의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타입, 뒤 토션빔을 사용한다. 퍼포먼스 주행을 위한 구조로는 조금 아쉬운 느낌도 들지만 쇼크업소버와 스프링 세팅을 비교적 단단하게 해둔 탓에 핸들링에서는 크게 흠잡을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해치백보다 높은 키로 인해 고속 주행 시 약간의 풍절음 또는 급한 커브의 진출입이 그렇게 매끄럽지는 않다. 브레이크는 GT 라인 1.6 터보 모델의 경우 앞뒤 디스크 타입에 로터 크기가 2.0 GT 라인보다 약 1인치씩 크다.

급하게 내려가는 코너에서 제동력은 크게 나무랄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뒷바퀴 추종성이 조금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대부분 자동차 평가자들은 쏘울에게 AWD 옵션을 바라고 있다. 이전 세대는 몰라도, 신형 쏘울은 EV 모델의 경우 멀티 링크 타입의 리어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다. 서스펜션 쪽 전문가들은 신형 쏘울의 서스펜션 구조가 코나와 닮았다고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코나에 적용된 AWD 시스템을 쏘울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없다고는 보기 힘든 것 같다. 혹시 GT라인이 아닌 ‘GT’ 쏘울이 나온다면, 핸들링과 밸런스 능력을 키우기 위한 AWD 옵션을 한번 기대해보면 어떨까?

안자 보레고의 사막 고속도로로 접어든 쏘울은 달리기 성능도 눈길을 끌지만, 주변과 어울리는 공격적인 모습이 주변인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특히 이곳은 ‘빅혼’이라는 산양으로 유명한데, 쏘울의 눈빛과 몸놀림은 절벽을 타고 오르는 그들과 무척이나 닮은 듯하다. 이제 쏘울은 박스카라는 네모난 상자에서 벗어나 더 많은 경쟁자를 조준하고 있다. 기아 라인업에 콤팩트 크로스오버가 부족한 상황에서 쏘울의 포지션은 무척 알맞아 보인다. 또한 GT 라인을 타고나서는 쏘울이 노리는 것들이 누구인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일부 핫해치들은 조금 긴장을 해야 할 것 같다.

시승협조: KIA MOTORS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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