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MMK=폴황] 부가티 투르비용(Bugatti Tourbillon)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고회전 자연흡기 V16 엔진을 중심으로 한 1,800마력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지만, 부가티는 이 엄청난 출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공기역학적 설계도 잊지 않았다.
투르비용의 수석 엔지니어 폴 번햄(Paul Burnham)은 부가티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목표는 시론(Chiron)보다 더 낮은 공기저항 계수를 달성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시론과 그 전작 베이론(Veyron)을 정의했던 최고 속도를 능가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시론과 비교해 가장 큰 변화는 차체의 유리창 영역(그린하우스)이 작아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전면 면적이 줄어들어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진짜 공기역학적 성능은 차량 전체의 모든 표면에 걸쳐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는 세부 설계에 달려 있다.
공기역학 개발은 컴퓨터 시뮬레이션(CFD)으로 시작됐고, 이후 풍동 테스트로 이어졌다. 이 과정은 2024년 6월 투르비용이 공개되기 약 15개월 전부터 시작됐으며, 250개 이상의 3D 프린트 부품으로 구성된 반사이즈 모델과 100개 이상의 압력 센서를 활용해 공기 흐름을 측정했다.
2024년 초에는 실제 크기의 프로토타입으로 넘어갔는데, 이때는 이미 대부분의 개발이 완료된 상태였고, 풍동 테스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축소 테스트의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번햄은 설명했다.
투르비용의 유려한 차체는 베이론이나 시론과는 전혀 관련 없는 새로운 섀시 위에 얹혀 있다.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플랫폼 덕분에 8.3리터 자연흡기 V16 엔진,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그리고 3개의 전기모터가 탑재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8.0리터 쿼드터보 W16 엔진을 대체하며, 0→60mph(약 96km/h) 가속을 단 2.0초 만에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자인 면에서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시간을 초월한 클래식함을 지향한다. 예를 들어 계기판에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대신 정교한 기계식 클러스터가 적용되어 있으며, 이는 시간이 지나도 매력을 유지하길 바라는 디자이너들의 철학이 반영된 부분이다.
투르비용의 생산은 2026년에 시작될 예정이며, 총 250대만 한정 생산된다. 이미 전량이 판매 완료되었고, 가격은 약 400만 달러(한화 약 54억 원)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