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MMK=폴황] 전기차 제조사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가 파산한 수소·전기트럭 업체 니콜라(Nikola)의 핵심 시설을 3천만 달러에 인수하며 아리조나에서의 생산 기반을 대폭 확장한다. 이번 인수는 루시드가 전기차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루시드는 4월 12일 공식 발표를 통해 니콜라의 아리조나 쿨리지(Coolidge) 생산 공장과 피닉스 본사 건물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총 88만4천 평방피트(약 8만2천㎡) 규모의 부지에는 배터리 테스트 챔버, 섀시 다이너모미터, 정밀 가공 장비 등 고사양 제조 장비가 갖춰져 있다.
‘실패한 스타트업’의 자산, 루시드의 성장 동력으로
니콜라는 트레버 밀턴 창업자의 사기 혐의 유죄 판결, 전기트럭 리콜 사태, 자금난 등으로 혼란을 겪다 지난 2월 파산을 신청했다. 브랜드는 시장에서 실패했지만 생산 인프라는 여전히 경쟁력 있는 수준이었고, 루시드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기회가 됐다.
루시드는 이번 계약을 통해 니콜라의 고객 계약이나 수소트럭 사업은 인수하지 않았지만, 우수한 인프라와 함께 전직 니콜라 직원 300여 명에게 재고용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차량 조립, 테스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루시드의 성장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전략적 확장, 중형 EV 출시를 위한 기반 마련
루시드는 현재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재정적 지원 아래, 보다 대중적인 가격대의 중형 전기차 플랫폼 개발을 준비 중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한 공간과 인력은 해당 플랫폼 양산에 필요한 기반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루시드 공장이 있는 카사 그란데(Casa Grande)와 인수 시설은 차량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 물류와 운영 면에서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루시드 임시 CEO 마크 빈터호프(Marc Winterhoff)는 “생산, 테스트, 개발 역량을 전략적으로 강화하면서 지역 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경쟁 심화 속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아직 흑자 전환에는 이르지 못한 루시드지만, 니콜라보다 훨씬 안정된 재정 상태를 바탕으로 이번 인수를 성사시켰다. 전문가들은 신축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고급 생산 설비를 확보한 이번 딜을 “합리적인 승부수”로 평가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인프라 확보는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루시드는 이번 인수를 통해 단순히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재편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준비를 마쳤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