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여행] 가을바람 따라 데스벨리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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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스테이트 루트) 190 번 따라 떠나는 데스벨리 로드트립

사막과 협곡, 캘리포니아의 또 다른 참맛을 느낄 수 있어

11월의 캘리포니아는 숨겨진 명소들이 기지개를 켜는 절기다. 비솝(Bishop)의 단풍 시즌이 있고 빅베어의 가을 호수도 너무나 멋지다. 그 중에서도 꼭 하나 빼놓을 수 없는 11월의 명소가 있다. 바로 데스벨리다. 주요한 볼거리가 캘리포니아주 인요(inyo) 카운티를 중심으로 자리잡은 데스벨리는 말 그대로 ‘죽음의 계곡’이다. 라스베가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넘어올 때나,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가스를 갈 때 한번쯤 들려봤을 것이다. 6월부터 10월까지의 데스벨리는 이름 그대로 죽음의 더위가 온 지역을 감싼다. 하지만 11월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데스벨리의 성질도 조금은 줄어든다. 이 때문에 극도의 더위로 진입이 금지된 구간들이 풀리게 되고, 더 자세하게 이곳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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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나(Trona)를 경유해서 왔다면 190번 도로를 타기 전 데스벨리 표지석을 만날 수 있다. 아래 문구를 통해 이곳이 팀비샤 인디언 족의 고향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름이 죽음의 계곡일까? 여러 설이 있지만 지난 1800년대 중반부터 성행했던 골드러쉬 당시 서부로 향하던 이들이 이곳을 지름길로 삼아 지나가다 더위와 목마름에 죽을뻔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 지역의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죽을 뻔 했네”라고 내뱉은 말들이 모여 데스벨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로도 없는 당시에 정말 이곳을 서부로 가는 지름길 삼아 건너려고 했다면 분명 죽음의 길로 보였을 것이다.

 

107도가 넘는 날씨. 더워서 '죽을 뻔 했다'는 말을 허투로 볼 것이 아니다.
107도가 넘는 날씨. 더워서 ‘죽을 뻔 했다’는 말을 허투로 볼 것이 아니다.

 

♦ 사막부터 소금밭까지. 해수면 보다 낮은 지역을 달리는 기이한 경험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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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캐년의 협곡 사이를 하이커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데스벨리의 볼거리는 너무나 많지만 대표적인 것들을 추려보면 먼저 ‘메스키트 플랫 샌드듄’을 들 수 있다. 이름에서 보듯 메마른 곳에서 자생하는 메스키트 나무가 있는 사막이다. 이곳에 가면 정말 이집트 사하라 사막을 연상시키듯 끝없이 평평한 모래밭이 펼쳐진다. 이곳에 쌓인 수많은 모래들은 사막을 기준 서쪽에 자리한 코튼우드산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이곳은 지형적 특징 덕분에 영화 속 촬영 배경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대표작으로는 <스타워즈> 등이 있어 이곳을 ‘스타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 영화로는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 밤>의 촬영 장소로도 알려져 있어 관심있는 이들에겐 반가운 곳이기도 하다.

악마의 골프장에서 티샷을?

다음으로 ‘악마의 골프 코스’가 있다. 이곳은 맨리(Manly)라는 거대한 호수가 있던 곳이었는데 약 500만년부터 바짝 마르기 시작하면서 바닥에 소금덩어리 바위만 가득한 곳으로 바뀌었다. 드넓게 펼쳐진 평원이 마치 골프코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 가까이서 보면 골프는커녕 걷기조차 힘든 곳이다. 그래서 1934년 국립공원서비스(NPS)에서 “오직 악마들이나 골프를 치겠네”라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트레킹을 좋아한다면 ‘골든 캐년’도 빼놓을 수 없다. 골든 캐년은 마치 요르단 페트라를 찾아가는 길처럼 깊은 협곡 사이로 난 좁을 길을 따라 반대편인 자브리스키 포인트까지 걸어갈 수 있는 코스다. 특히 이 골든캐년은 해가 질 무렵이면 산 전체가 노랗게 황금색으로 물드는 기이한 현상을 만날 수 있다. 지역 사진 작가나 트레킹 마니아들이 데스벨리 내에서도 이곳을 최고로 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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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키트 플랫 샌드 듄에서 만난 백인 가족. 저 멀리 사막의 정점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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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데스벨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아티스트 드라이브’ 때문. 이곳은 일방 통행길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높낮이가 심한 길을 달리게 된다. 하지만 더위가 심한 시즌에는 문을 닫기에 선선한 계절에 찾아가야 한다. 아티스트 드라이브에서 볼 수 있는 비경들은 정말 화가가 이 넓은 돌산들을 팔레트삼아 물감을 뿌려놓은 것 같이 생겼다. 정점인 ‘아티스트 팔레트’에 도착하면 자연이 그린 유화 한점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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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워터로 향하는 길. 이 주변은 대체로 해수면 보다 낮은 분지를 이루고 있다.

 

♦ 해저 86미터 아래를 걷는 기분. 거대한 아이스링크장에 온 듯한 착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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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데스벨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배드 워터를 만나보자. 배드 워터는 해저 86미터 아래에 자리한 거대한 분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뒤를 바라보면 우뚝 솟은 산 중턱에 ‘SEA LEVEL’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바로 저곳이 해수면의 기준이고, 지금 있는 곳이 해저인 것이다. 즉 바닷속 깊은 곳을 걸을 수 있는 남다른 기회. 그래서 인지 문 밖에 나서자마자 소금냄새가 물씬 풍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비치는 배드워터는 온통 하얀색 소금밭만 보인다. 소금에 반사된 햇빛은 이곳을 마치 거대한 아이스링크처럼 보이게 만든다. 내려서 깊숙한 곳까지 들어서면 정말 발 닿는 곳마다 소금이 가득하다.

♦ 데스벨리의 백미, 자브리스키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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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과 버금가는 대자연의 신비는 자브리스키 포인트에 가면 또 한번 느낄 수 있다. 이곳은 마치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초콜릿 시럽을 얹어 놓은 듯, 보는 곳곳 모두가 참 맛있게 생겼다. 이 곳 역시 500만년전 거대한 호수가 마르면서 생겨난 지형으로 거대한 주름들은 모두 과거 물줄기가 있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특이한 이름은 근처에서 붕소(BORAX) 광산을 운영하던 보렉스 컴퍼니의 부사장 크리스찬 자브리스키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유는 보렉스를 나르는 트웬티 뮬팀(이십여 마리의 노새가 이끄는 수송용 마차)의 주요 이동 경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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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벨리에는 식당이나 호텔이 오직 한 곳에 몰려있다. 퍼너스 크릭이라는 지역이다. 이곳에서만 오아시스가 있어 골프장과 더불어 고급 리조트도 자리해있다. 허기가 진다면 데스벨리의 유명 맛집인 ‘49er Cafe’를 찾아가보자. ‘포티 나이너’라는 의미는 1849년에 온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당시 골드러쉬로 이곳에 들린 이들을 말한다. 이들 노동자의 삶은 무척 어려웠다고 전해진다. 힘겨운 노동 끝에는 노래로 고달픔을 달래곤 했는데 노동자 중 클레멘타인이라는 이름의 딸을 가진 이가 불렀던 ‘마이 달링 클레멘타인’은 지금도 유명한 미국 동요로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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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벨리를 찾을 때는 스포츠카보다 SUV를 탈 것을 권한다.

이밖에 데스벨리 지역은 스카티캐슬, 우베헤베 분화구, 솔트 크릭 등 많은 볼거리다 있다. 여유가 된다면 ‘퍼너스 크릭 인’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은하수를 보는 것도 좋겠다. 이 모든 것들이 11월에 데스벨리를 찾는 이유다. 자연의 웅장함을 느끼고, 그 앞에서 숙연해짐을 경험해보고자 한다면 주저 없이 데스벨리로 향하길 바란다. 그곳엔 이름 그대로의 ‘죽음’보다 자연이 주는 ‘생명’이 당신을 반길 것이다.

글⋅사진 | 황인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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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벨리 운전시 미리 챙겨볼 것들…

캘리포니아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사전 정보 얻고, 위급상황 대비 브랜드파워 갖춘 렌터카 업체 이용할 것. 

데스벨리에는 비포장 구간이 생각보다 많다. 차를 빌릴 때는 가능하면 세단보다는 SUV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또한 주유소나 기타 정비소 등이 부족한 사막이기에 위급 상황 시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한 렌터카를 고르면 애를 먹을 수 있다. 허츠렌터카는 미국내 브랜드파워를 갖춘 렌터카 회사 중 하나로 한국허츠렌터카(1600-2288, hertz.co.kr)를 통해 미국 여행에 필요한 차를 예약 할 수 있어 편리하다. 

데스벨리에는 퍼너스 크릭 주변으로 주유소가 한개 밖에 없다. 데스벨리 진입 전에 가능하면 연료를 가득 채우고 들어오길 권한다. 또한 국립공원관리 지역 내에서는 반드시 제한속도를 엄수해야 한다. 파크 레인저 등이 수시로 단속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데스벨리 여행 전 관련 정보를 캘리포니아 관광청 홈페이지(www.visitcalifornia.co.kr) 등에서 참고해 방문하면 여행에 도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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