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K 칼럼] 아베니어는 결국 죽어서 이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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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난 뷰익 아베니어(Avenir)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뷰익이 언제까지 오펠 브랜드에 기생하며 연명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아베니어를 통해 둘 사이에 타협점을 보았으며, 지난해 11월 LA오토쇼를 통해 데뷔한 올뉴 라크로스를 보면서 뷰익식으로 해석한 오펠의 다이내믹함의 결과를 직접 눈으로 보았다. 사실 라크로스를 접하면서 더큰 기대를 모았던 모델은 당연 아베니어. 4도어 쿱 스타일의 날렵함과 촘촘한 크롬 매쉬타입 그릴과 접목된 뷰익 엠블럼의 새로운 날개는 과거의 영광을 되돌릴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도 모았다. 

하지만 줄곧 미국 자동차언론계에서는 아베니어의 양산보다는 다른 형태로의 등장을 예견했고, 결국 지난 9월 30일에 뷰익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아베니어의 생존이 자동차가 아닌 고급 서브 브랜드로 남는다고 밝혔다. 뷰익은 현재 플래그쉽으로 라크로스 세단과 엔클레이브 풀사이즈 SUV를 포진하고 있다. 지금 당장 이들에게 아베니어가 붙는 것은 아니다. 뷰익은 앞으로 양산하게 될 뷰익의 핵심 모델 중에서 고급차 시장에서 선전할 대표에게 아베니어의 뱃지를 달겠다는 계획, 예를 들어 GMC 모델 중 디나리(DENALI)라는 이름이 붙으면 옵션과 디자인이 조금 더 고급스럽게 변하는 그런 모양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한 뷰익의 마케팅 VP인 토니 디살레는 현재 GMC 디비전의 마게팅 VP 역시 맡고 있다는 점. 이 같은 꼼수의 뒷배경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론 이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뷰익 자체가 고급스러움의 대표성을 잃은지 오래인데 또 무슨 서브 브랜드를 만드냐는 의견과 이제는 뷰익도 다시 옛 영광을 되찾을 때가 됐다는 것. 상급 캐딜락과의 판매 간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중요한 것은 뷰익이 양산까지 고려할 것 같이 잘만든 컨셉트카를 버리고 이름으로 또 다른 서브를 만들겠다는 발상이 다분히 GM스럽다(돈 많이 안들이고 이익을 뽑아내려는…)는 것이 지배적이다.

사실 여러 미국내 자동차 매체의 분석은 뷰익의 결정이 미국 소비자보다는 다분히 중국 시장을 의식해 더 비싼 가격을 받는 뷰익을 만들어내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  그 이유는 사실 그다지 반갑지 않은 미국 시장 성적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뷰익의 플래그쉽 중 하나인 엔클레이브는 지난 9월 판매가 3천973대로 작년대비 마이너스 16퍼센트를 기록했고, 라크로스는 지난달 1천909대를 팔았는데 이는 작년대비 무려 마이너스 50.8 퍼센트가 감소한 결과다. 오히려 뷰익은 콤팩트 세단 베라노가 지난달 3천929대를 팔아 전년대비 65.3퍼센트 증가한 수치를 보였고, 콤팩트 크로스오버 앙코르는 지난달 7천297대를 팔아 사실상 뷰익을 먹여살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그래봐야 지난 9월 뷰익의 총 판매는 겨우 2만922대에 불과했다. 토요타 켐리 한대가 약 3만대 가까이 팔리는 것과 비교해보면 정말 초라한 성적표다. 그런데 중국으로 넘어가면 사정이 다르다. 지난 8월에 뷰익은 중국에서 약 9만대 이상 세일즈를 올렸다. 누가봐도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임이 분명하다.   

미국차지만 시장의 비중은 점점 아시아로. 뷰익의 새로운 고급성은 결국 미국인들의 입맛은 아닌 듯…

고급 브랜드 뷰익에서 오히려 플래그쉽보다 작고 경쾌한 모델이 더 잘 팔린다는 것은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그런 이유로 아베니어를 더해 고급스러움을 키워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이해를 해볼 수 있지만, 차라리 그런 예산과 노력으로 미드 사이즈와 컴팩트 모델의 경쟁력을 더 키우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미국 시장에서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뷰익의 중형차 이상 모델도 판매가 나쁘지 않다. 이 상황에서 앞으로 나올 모델중 돈 될 만한 것들에 뱃지를 바꿔달고 “이거 뷰익보다 더 고급스러운 뷰익”이라고 마케팅을 잘하면 큰 마진을 남길 수 있다. 다시 GM에 카가이가 아닌 계산기들이 자릴 꿰차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어쨌든 기대를 모았던 아베니어는 결국 이름으로 남게됐다. 뷰익은 아직 어떤 모델에 아베니어를 붙일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뷰익의 신차 주기를 볼 때 앞으로 약 2년 안에 2-3개 모델이 더 선보일 계획. 이들 중 아베니어가 붙은 고급모델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혹자는 아우디 S라인과 같이 겉으론 비슷해보여도 복합적으로 뭔가 향상된 그런 모델이기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GMC와 디나리를 생각하면 어쩌면 크롬 그릴과 크롬휠, 그리고 덕지덕지 온갖 장식으로 도배된 그런 옵션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 뷰익이 여전히 할아버지들이 타는 차가 아니라는 것을 아베니어를 통해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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