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K 리뷰] 기아 스팅어 GT의 매력 ② 퍼포먼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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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카 ‘퍼포먼스’에 관한 스팅어만의 해석 / ② 퍼포먼스의 비밀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차 크기에 따라 세그먼트를 나눈다. 하지만 크기나 배기량 등 보편적인 판단 기준이 무너지는 곳이 있다. 바로 ‘GT카’의 세계다. GT카는 자동차 성격에 관한 분류라 정의하고 싶다. 작은 차도 GT카가 될 수 있으며, 큰 차라고 무조건 GT카가 되는 것은 아니다. GT라는 이름을 풀어보면 그 안에 해답이 있다.

GT는 영어로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의 앞자를 따서 줄인말, 자동차에서 많이 사용하는 이탈리아어로는 ‘그란 투리스모(GRAN TOURISMO)’라고 말한다. 한국말로 뜻을 풀이해보면 “웅장한 여행” 혹은 “고품격 여행”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GT카는 이름 그대로 그런 여행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고 넉넉한 차를 의미한다. 

혹시 미국에서 1천 마일 이상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해봤는지 묻고 싶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서부의 하이웨이, 중부 일대를 지날 때면 해발 6천 피트 이상의 구불구불한 산악 지형도 만나게 된다. 만약 이런 여행을 하는 때에 나의 자동차가 넉넉한 힘과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콜로라도주 약 14만 피트 높이의 파이크스 피크를 올라가면서 낑낑대며 결국 오버히트를 하게 된다면? 바다와 인접한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차가 휘청거리면서 중심을 잃게 된다면?  쭉 뻗은 하이웨이에서 짐과 함께 뒤섞여 좁은 공간에 갇혀 6시간 이상 달리고 있다면? 아마 다시는 자동차 여행을 떠올리기도 싫을 것이다.

GT라는 이름이 붙은 자동차들은 어떠한 주행 조건에서도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경사로를 편하게 오르기 위한 넉넉한 토크를 갖춘 대 배기량 엔진, 코너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립과 안정성을 갖춘 하체, 장거리 운전을 해도 피곤하지 않을 정도의 넉넉한 공간과 편안한 자세가 GT카엔 있다.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면, 벤틀리 컨티넨탈 GT를 타고 고급 휴양지로 떠난다고 생각해보시라. GT카를 표현하는데 그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과거에서부터 GT카의 본질은 유지됐지만 그 표현은 시대를 거치면서 조금씩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V8 6천cc 정도는 되어야 인정받던 것들이 지금은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터보차저를 통한 다운사이징이 유행처럼 번졌다. 뒷바퀴로부터 힘있게 밀어주는 느낌을 즐기는 것에서, 이제는 네바퀴모두가 움직이며 보다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GT카가 가져야할 것들 중 하나가 됐다.

 

기아 최초로 GT카 개념으로 설계한 스팅어

 

최근 선보인 GT카 중에서 기아 스팅어 GT는 앞서 이야기 됐던 GT카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표현을 가미한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스팅어는 기아자동차가 앞으로 어떤 자동차회사로 나갈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소량생산 고급 브랜드가 아닌, 대중적인 브랜드에서 GT카를 설계하고 완성해 낸 것은 자동차 마니아 입장에서 볼때 박수 받을 시도다. 덕분에 우리는 현실적인 가격으로 GT카를 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스팅어가 가진 GT카의 여러 요소 중 퍼포먼스에 관한 것들이 눈길을 끈다. 기아는 사실 퍼포먼스에 있어서 인색하지 않은 회사. 중형 세단 옵티마에 2.0터보 엔진을 비롯해 소울 1.6터보, K900에는 V8 5.0 엔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스팅어 GT는 기아차 최초 V6 3.3리터 트윈 터보 직분사(GDI) 엔진을 달고 나왔다. 참고로 ‘GT’가 붙지 않는 스팅어 일반 모델은 2.0리터 4기통(세타II) GDI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을 달고 있다. GT 모델에 적용된 엔진은 현대 람다II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이 엔진은 제네시스 G80 스포츠와 G90을 통해 이미 그 성능이 입증되고 있는 명기.

람다II는 연료를 직접 실린더에 분사해 출력향상과 연료 손실을 줄이는 가솔린 직분사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방식은 흡기 밸브에 연료 인젝터가 위치 하지 않으므로 과급기(터보차저)와의 궁합이 좋다. 여기에 가변 밸브 타이밍과 흡기를 통해 엔진 회전수에 따른 적합한 흡,배기 밸브 개폐 타이밍을 얻을 수 있어 출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좋은 기본기에 트윈 터보가 더해졌다. 이는 스팅어가 GT카 성격을 갖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터보는 일반적으로 배기 가스의 힘을 빌려 터빈을 돌려 공기를 압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터보가 작동되기 위한 배기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약간 주춤거리는 렉 현상을 겪기도.

터빈이 작으면 응답은 빠르지만 압축률이 떨어지고, 터빈이 크면 큰 배기압이 요구하기에 작동하기까지 시간을 요한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낮은 회전수에서 작은 터빈이, 높은 엔진 회전수에서는 큰 터빈이 작동하게 만든 것이 트윈터보다. 즉 이를 통해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플랫한 힘을 꾸준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

이런 훌륭한 재료들을 통해 얻은 결과는 유러피안 GT카들이 가진 수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스팅어 GT 3.3 트윈터보는 최고출력 365마력 / 6,000rpm, 최대토크 376 lb-ft / 1,300 ~ 4,500를 만들어 낸다. V8 기통 엔진과 비교해도 좋을만한 수치. 제로부터 시속 60마일까지 가속은 단 4.7초에 끝내는 스프린터 성격도 가졌다.

이렇게 넉넉한 힘을 만들어내면서도 연비도 포기하지 않았다. 스팅어 GT는 EPA 기준 (뒷바퀴굴림 모델) 도심/하이웨이/복합 각각 19/25/21mpg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는 엔진과 궁합을 이룬 8단 자동변속기가 한 몫을 했다. 스팅어 GT에는 현대 파워텍이 만든 전자식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이는 현대차가 완성차 최초로 독자개발한 뒷바퀴굴림 전용 변속기로 이미 제네시스 G80 등에 사용되어 내구성이 입증되고 있다.

스팅어 GT의 또 다른 자랑은 하체에 있다. 스팅어는 뒷바퀴굴림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옵션으로 항시 네바퀴굴림(AWD)을 더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구조를 채택했다. 여기에 전자식 댐퍼인 DSDC(Dynamic Stability Damping Control)를 통해 원하는 주행 상태에 따라 서스펜션 세팅을 바꿀 수 있다. 스팅어는 운전석에서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다섯가지 주행 모드를 고를 수 있다. 에코(ECO), 콤포트(COMFORT), 스마트(SMART), 퍼스널 세팅과 스포트(SPORT) 모드가 있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스포츠세단 답게 조향성을 높인 랙 마운트 타입 ‘R-MDPS’를 적용했다. MDPS는 조향성 향상을 위한 전자식 파워 어시스트 기술인데, 모터의 위치에 따라 칼럼식(C)과 랙 타입으로 나뉜다. 랙 타입은 파워 서포트 모터가 바퀴를 조향하는 축에 달려있어 칼럼식보다 조향성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다.

제원 수치 역시 GT카 퍼포먼스를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스팅어의 전장은 190.2인치이며, 휠베이스는 114.4인치에 이른다. 길이에 비해 휠베이스를 길게 뽑아 안정된 자세를 지녔다. 엔진은 격벽룸을 만들어 넣어 소음과 진동 차단에 신경을 썼고 V자 스트럿바를 적용해 보디가 높은 출력과 다양한 주행 조건으로부터 피로를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스팅어 GT는 두 가지 구동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먼저 기본이 되는 뒷바퀴굴림은 기계식 M-LSD(차동제한장치)를 채택해 주행안정성을 높였다. 전자식이 아닌 기계식 LSD를 적용한 이유는 자동차를 조금 더 즐겁게 즐기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LSD는 자동차가 코너 등에서 돌아나갈 때 좌우 또는 전후 타이어의 회전수를 계산, 어느 한쪽 타이어가 끌리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스팅어에 적용된 M-LSD는 좌우 구동축의 토크가 일정 이상 차이가 발생하게 되면 기계적으로 디퍼렌셜을 잠궈 좌우 바퀴에 구동력을 동일하게 배분한다. 

옵션으로 고를 수 있는 AWD 시스템은 현대위아에서 독자 개발한 항시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지난 2009년 현대차그룹과 마그나 슈타이어가 합작해 만든 위아  마그나파워트레인에서 생산한다. 마그나 슈타이어는 독일 벤츠, BMW 등에 AWD 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이며, 최근 수퍼카 라이칸 하이퍼스포츠도 이 회사에서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신뢰성에 있어서도 기대할만 하다는 것.

AWD를 고르면 기계식 LSD 대신 토크백터링콘트롤이 장착된다. 이를 통해 주행 상황에 맞게 능동적으로 토크가 앞뒤로 배분된다. 이 같이 주행안정성 특히 그립력과 관련된 기술들로 무장된 스팅어는 타이어 역시 남다른 선택을 했다. GT에 적용된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썸머 타이어)로 앞 225/40R 19, 뒤 255/35R 19 인치를 달고 있다. 스톡 상태 그대로 서킷에 들고 들어가도 될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넘치는 힘을 제어할 수 있을까? 스팅어 GT에는 퍼포먼스 브레이크 전문 제조업체인 브렘보(Brembo) 사에서 만든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됐다. 앞 4피스톤, 뒤 2피스톤 캘리퍼로 300마력이 넘는 스팅어 GT의 힘을 제압한다. 캘리퍼의 피스톤은 로터에 패드를 밀어 제동을 얻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 4 피스톤은 이것이 4개가 달려 그 힘으로 패드를 민다는 뜻으로, 그만큼 어떠한 조건에서도 만족스러운 제동력을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 능동적 안전장치도 스팅어의 퍼포먼스를 보다 견고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팅어 GT에는 차세대 차량자세제어 장치인 VSM, 경사로 밀림 방지, 급제동 경보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장치, 스마트 쿠르즈 컨트롤 등 스마트한 여러 장비(옵션 트림별 차이가 있음)들이 적용된다.

스팅어는 기아차 최초로 선보이는 GT카.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포먼스는 결코 신예답지 않은 스펙을 통해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선다. 이는 결코 숫자 놀이가 아니다. 기아는 스팅어 GT를 세계에서 가장 가혹하다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몇해에 걸쳐 다듬고 또 다듬어냈다. 시판을 앞둔 지난 6월에는 무려 4주만에 이 서킷을 약 6천200마일이나 달리면서 막판 담글질을 했다. 기아는 스팅어 GT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얻기 위해 이 서킷에서 얻은 결과를 그대로 양산차에 적용해가며 세팅과 설계를 바꿔왔다.

이제 12월부터 미국 내 각 기아 딜러쉽을 통해 스팅어 GT를 살 수 있다. GT 모델이 아니더라도 2.0리터 터보 엔진도 GT카 성격을 살짝 맛보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까지 최고의 서킷에서 다듬어진 스팅어 GT. 유러피안 GT카가 던지는 뻔한 퍼포먼스는 이제 도전을 받을 때가 됐다. 기아 스팅어 GT가 보여준 퍼포먼스. 그것은 게임을 바꾸기 위한 충분한 것들을 갖추고 있다.

 

기아 스팅어 GT의 매력 1편 : SEMA쇼를 빛낸 한국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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