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티바에게 배운 사골국의 비법, 2016년형 쉐보레 에퀴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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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Chevrolet Equinox ]

2009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서 GM 쉐보레는 기대를 잔뜩 불어넣은 크로스오버를 발표한다. 2세대 에퀴녹스(Equinox)다. 회사가 파산 위기에서 겨우 숨을 몰아가는 시점에서 등장한 이 차는 GM 뿐 아니라 많은 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투박한 전작에 비하면 신형은 물찬 제비였다. 캐딜락 SRX 등과 공유되는 새로운 세타 플랫폼을 통해 강성과 핸들링이 눈에 띄게 달라졌고 공간 활용성도 높아졌다. 여기에 2.4리터 신형 4기통 엔진은 가벼울뿐더러 182마력의 힘과 하이웨이 연비 32mpg를 기록하는 등 당시로서는 GM의 모든 신기술을 털어 넣은 유망주였다. 그러게 2세대 에퀴녹스는 2009년 6월부터 쉐보레의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에퀴녹스의 성적표를 받아본 GM은 분명 흐뭇했을 것이다. 2010년 14만9천979대를 시작으로, 2011년 19만3천274대, 2012년 21만8천621대, 2013년 23만8천192대, 그리고 지난해 24만2천242대를 팔았다. 미국내 크로스오버의 최대 강자인 토요타 RAV4의 최근 성적과 비교해보면 에퀴녹스는 분명 선방을 한 셈이다. RAV4는 신형 4세대의 판매년도인 2013년 23만8천192대를 팔았고, 지난해에는 24만2천242대를 팔았다. 5년 장수모델이 최신 경쟁모델보다 판매가 뒤쳐지지 않은 셈. 같은 미국 경쟁 모델의 포드 엣지의 경우는 1세대가 이쿼낙스 2세대와 4년간 같은 해에 팔렸고 최근에서야 2015년형이 판매를 시작했다. 엣지 1세대의 2013년 성적표는 12만9천109대, 지난해에는 겨우 10만8천864대에 그쳤다. 새삼스럽게 에퀴녹스의 저력이 궁금해진다.

이 차는 분명 질릴 때가 됐다. 주요 경쟁모델들이 2013년을 기점으로 새모델에 대한 플랜을 내놓았고 실제 모델들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쿼낙스는 꾸준히 기본형태를 유지하며 년식에 따라 상품성 개선 모델만 공개했다. 그것도 출시 후 3년간은 기존 것을 고수해오다, 2013년 새로운 V6 엔진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편의장비를 보강한 모델을 선보였고, 2014년형은 외잘 컬러와 부분적으로 크롬 장식이 더해진 모델을, 2015년형에서는 4GLTE가 되는 온스타 시스템과 함께 네이베이션 기능을 보강했고 새로운 컬러가 더해졌을 뿐이다. 이렇게 까지 지루한 변화를 이어가야 했을까? 하지만 막강한 판매량은 쉐보레라는 황소에서 채찍을 가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들도 이젠 지쳐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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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투싼이 곧 3세대 모델을 미국에 가져온다. 닛산 로그 역시 2세대로 진화했다. 포드 2세대 엣지는 지금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기대를 모으는 크로스오버로 급부상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에퀴녹스도 이제는 3세대 모델로 가야 할 때가 됐다. 어쩌면 늦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2월 시카고 오토쇼에서 사람들은 에퀴녹스 2016년형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 드디어 3세대의 실루엣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2016년형 에퀴녹스는 그릴과 헤드램프, 테일램프와 휠 디자인이 바뀐 정도의 변화에 그쳤다. 부분적으로 뜯어보면 달라진 부분들이 눈길을 끌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2009년에 등장했던 에퀵녹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2016년형 에퀴녹스를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또?”라는 짧고 명료한 표현이 주를 이룬다.

이것은 무척 낯익은 표현이다. 한국 GM 쉐보레에는 유럽 시장 전략 크로스오버인 캡티바가 있다. 역시 GM 세타 플랫폼으로 만들었고 에퀴녹스와 닮은 점이 많다. 캡티바 역시 한국의 옛 대우자동차 윈스톰 시절에서부터 따지면 상당기간 장수하는 모델이다. 한국 시장에서 캡티바 역시 2016년형 모델이 선보였다. 초대 캡티바 카달로그에 년도만 바꿔 달면 될 정도로 우려냄이 심하다. 한국에서도 캡티바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반응과 에퀴녹스를 대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비슷하다. 이제 조금 지겹다는 거다. 뿐만 아니라 2016년형 에퀴녹스와 2016년형 캡티바의 테일램프는 묘하게 닮았다. 사골의 저력이 미국에 까지 전수된 것일까?

캡티바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에퀴녹스의 신형 테일램프.
캡티바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에퀴녹스의 신형 테일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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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GM 쉐보레의 캡티바는 판매량도 받쳐주지 못해 그런 욕을 먹어도 싸다. 하지만 에퀴녹스의 판매량은 미국 전체 콤팩트 SUV 시장의 확장으로 인해 올해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래도 쉐보레가 좀 신선한 에퀴녹스를 선보였으면 한다. 대체적으로 모델 교환 주기가 느린 쉐보레. 그래도 뼛속까지 우려낸 사골국을 찾는 단골 손님들이 많아 버티는 데 지장은 없어 보인다. 쉐보레의 2016년형 에퀴녹스는 이제 이 이상의 에퀴녹스를 만들 수는 없어 보인다. 그만큼 최고의 기술과 장비들이 잔뜩 모였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우길 수 있는 자동차는 벤츠 뿐이다. 쉐보레 같은 대중브랜드에겐 구관은 말 그대로 구관이다. 2017년에는 부디 3세대 에퀴녹스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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