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SAN LEAF S
연료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지난 2010년. 갤런당 경험해보지도 못했던 가격을 만난 미국인들은 심각하게 교통 다이어트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후 하이브리드는 정말 일상이 되었고 자동차 선택의 핵심 기준은 바로 연비였다. 잘나가던 픽업트럭들은 판매가 급감했고 대형차, 중형차를 대신해 소형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심지어 디젤에 강한 유럽 메이커들은 미국땅에, 그것도 캘리포니아주에 클린 디젤을 가져오기 시작했으며 쉐보레 스파크 같은 경차도 미국을 달리게 됐다. 이런 와중에 또 하나의 대안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전기차였다. 5년전만 해도 전기차의 선두주자는 쉐보레 볼트였다. 판매는 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볼트를 볼 수 있었고, 사람들은 무척 신기해했다. 하지만 볼트는 충전소보다 주유소에서 더 자주 보이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자아냈다. 전기 자체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지극히 한정적이어서 볼트의 오너들은 충전용 전기보다 기름을 넣어야만 어느 정도 출퇴근이 가능했다.
전기차의 효율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무렵. 닛산이 리프를 내놓았다. 2010년, 일본과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리프는 기존의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한번에 뒤엎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100퍼센트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의 개념이었다. 리프는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 즉, 그 어떤 매연도 없는 완전 무공해 차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리프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가? 리프는 지난 2014년 글로벌 판매 약 15만8천대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미국에서는 약 7만2천322대가 팔려나갔다. 리프가 속한 콤팩트카 세그먼트에서 7만대의 기록은 사실 명함을 내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첫 출시 당시 19대의 판매기록에 비하면 괄목할 성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리프의 첫인상은 청개구리를 연상시킨다. 불쑥 튀어나온 헤드램프와 함께 볼륨을 강조한 펜더가 그런 느낌을 자아낸다. 리프는 S, SV, SL 세 등급으로 고를 수 있다. 모터는 모두 80킬로와트로 동일하지만 SV나 SL로 갈수록 옵션과 더불어 다양한 편의장비가 더해진다. 하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기본형이라고 할 수 있는 S. 오늘 만나본 시승 모델도 리프 S다. 기본형이라고 하지만 옵션은 나름 충분하다. 후방 카메라와 함께 블루투스, 스마트키, 버튼형 시동 장치, 열선 시트 등을 갖췄다. 리프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포근하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시트의 쿠션은 다소 단단하지만 몸을 감싸는 면적이 충분하다. 대시보드 디자인은 무난하며 익숙한 형태를 취했다. 센터콘솔은 무척 간결하며 운전자 방향으로 고개를 틀고 있어 기기 조작이 편리하다.
시동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부팅이라고 해야 할까? 브레이크를 밟고 ‘스타트 버튼’을 눌러본다. 귀에 익은 듯한 전자식 웰컴 사운드. 카랑카랑한 내연기관의 박력대신, 컴퓨터를 켰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든다. 디지털 게이지는 간결하게 스스로를 점검 한 뒤 운전자에게 리프의 상황을 보고한다. 계기판 중앙 기준 오른편에는 주행가능 거리가 나와있고, 왼편으로는 배터리 온도가 표시된다. 주행모드와 함께 주행가능거리 대비 충전 시간을 알려주는 디스플레이 창 위로는 일종의 전력게이지가 자리잡았다. 가속을 하면 오른쪽으로 눈금이 늘어나고, 감속을 하면 왼쪽으로 눈금이 늘어난다. 속도계는 중앙 계기판이 아닌, 대시보드 상단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는 시계와 외부 온도, 그리고 전력을 아껴 연비 주행을 할 경우에 무럭무럭 자라나는 디지털 나무도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를 처음 운전해보는 사람들은 일종의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하지만 생활 속에서 우리는 전기 구동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들을 많이 한다. 놀이동산에서 범퍼카를 타거나, 골프 카트, 또는 지하철에서도 그렇다. 시동이 걸린 것인지 확인할 방법은 오직 계기판을 통해서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산속 절간도 이보다 조용할 수 없다. 화장품 케이스 같이 생긴 기어레버를 움직여 드라이브 모드에 놓고 가볍게 가속페달을 밟아본다. 내 의지가 관계없이 컨베이어 벨트에 차가 실린 느낌? 팽팽하게 묶은 고무줄이 한번에 풀려나가는 듯. 리프는 가볍게 달리기를 시작한다. 80kW급 AC 모터의 최고출력은 107마력, 최대토크는 210 lb-ft(29kgm)를 낸다. 이 정도 급의 자동차를 움직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약간은 뒤에서 잡아 끄는 듯한 느낌이 든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다소 민감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만큼 어색하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리프를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주행 중 재충전이 되는 결과를 만든다.
주행거리와 연비는 리프를 살려는 이들에게 가장 궁금한 부분일 것이다. 리프에는 24kWh급 리톤이온 배터리가 달려 나온다. 초대 리프의 주행 가능거리는 EPA(미환경보호국) 측정 기준 약 73마일(117km)이었다. 본격적인 판매 성장을 이끈 2013년 모델부터는 75마일(121km)로 조금 늘어났다. 유럽기준으로 따지면 리프는 약 200km(120마일)의 주행거리를 지닌다고 보고 있다. 2013년 이후 모델은 EPA의 새로운 측정 방법 때문에도 도움을 봤지만, 히팅 시스템을 개선하고, 무게도 조금 줄어들어 연비에 도움을 준듯하다. 리프의 전체 무게는 1천493kg에 이른다. 2014년형 모델의 경우는 훨씬 더 개선된 결과를 낳았다. 100퍼센트 충전 후 주행가능을 측정하는 EPA 기준에 따라 약 84마일의 주행가능거리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실제 충전소에서 100퍼센트로 전기주입을 마치면, 계기상으로는 약 99마일 주행가능거리를 나타낸다. 닛산이 리프를 론칭하면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미에 리프 약 7천500대를 표준으로 하루 평균 주행거리를 조사한 결과 약 37마일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단거리 도심 외곽 이용자들에게 리프는 아직까지 큰 불만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리프에게 장거리가 큰 부담거리는 아니다. 닛산USA는 북미 리프 오너들에게 닛산 딜러쉽에 자리한 충전소를 마음껏 이용하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딜러들이 자신의 딜러쉽에서 차를 구입하지 않은 이들에게 접근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해프닝은 일지 않는 듯하다. 여기에 2년전 부터는 각 딜러에 급속충전기를 설치하고 오너들에게 이용 크레딧을 줬다. 연비 또한 나쁘지 않다. EPA 기준 리프의 연비는 도심 126, 하이웨이 101mpg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전기차 오너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충전소 찾기 앱인 <플러그쉐어>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는 약 5만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중에서 로스앤젤레스 지역만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곳곳에 충전 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리프의 경우 닛산 딜러는 물론 관공서나 시청 등에 마련된 SAE J1772 규격과도 호환되므로 불편함이 덜하다. 여기에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전기차에 대해 카풀 라인 진입 허용 시책을 펼치고 있어, 1인 오너들에게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연방혜택과 더불어, 주마다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도 눈여겨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거주자의 기준으로 새차로 전기차를 살 경우 연방으로부터 약 7천500달러의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캘리포니아주 무공해차 혜택인 2천500달러의 리베이트와 함께 2년간 공공 충전소 무료 이용이 가능한 카드를 지급하고, 자동차 보험 역시 10퍼센트의 할인 혜택이 있다. 이 밖에도 주내 각 시마다 무료 주차공간을 제공하는가 하면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이들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시도 있다.
전기차에 관한 막연한 불안감은 낮아지고, 관심은 높아지는 요즘. 종류도 다양한 전기차의 홍수 속에서 리프를 만나보자. 이 분야에서 신뢰성을 쌓은 닛산의 기술과 함께, 실용성과 운전재미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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