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K 칼럼] 파산한 브랜드 리콜 시켜주겠다는 GM. 농담인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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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전 새턴(Saturn) 로고가 찍힌 편지 한장을 받았다.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알다시피 새턴은  GM내 젊은 세대를 공략해보려고 만든 디비전 브랜드로 빛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파산한 회사다. 회사가 망하기 직전에는 오펠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배지만 바꿔서 팔기도 했다. 새턴 아스트라(오펠 아스트라), 새턴 뷰(오펠 안타라) 그리고 새턴 스카이(오펠 GT)는 미국 시장에 오펠의 최신 모델들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통로였다. 그런데 오펠에 새턴이 달리는 순간 판매는 예상했다. 지금은 그 망할 짓을 뷰익이 하고 있다.

여하튼 필자는 새턴 스카이라는 차를 하나 가지고 있다. 이 차는 한국에서도 낯익은 모델로 GM대우가 파산 직전에 직수입한 모델 중 하나로 G2X라는 이름으로 잠시 동안 팔리기도 했다. 도미하기 전 <탑기어>한국판에서 에디터로 활동할 당시 G2X는 한눈에 반하기 충분했었다. 수동탑이긴 했지만 2.0터보에 뒷바퀴굴림 로드스터는 딱 적당하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게다가 오펠 GT 덕에 이미지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동 변속기만 탈 수 있었기에, 수동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이후 미국에 와서 세컨카를 고민하다가 곧바로 지른 모델이 바로 새턴 스카이 레드라인(터보) 수동이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스카이 레드라인은 귀한 물건 중 하나다.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지만 형제차인 폰티액 솔스티스보다 스카이가 조금 더 쳐주는 느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여하튼 몇달 전 GM은 폰티액 솔스티스(2006 – 2009)과 함께 새턴 스카이(2007-2009) 약 9만 여대 모델의 동반석 에어백 관련 리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파 플랫폼(스카이와 솔스티스용 플랫폼 이름) 포럼에서는 GM의 뒤늦은 결정에 환호를 보냈다. 증상은 동반석에 사람이 앉지 않으면 에어백 OFF 사인이 켜져야 하고, 사람이 있으면 이게 꺼져야 한다. 하지만 일부 문제가 있는 차종에서는 동반석에 사람이 타도 에어백 사인OFF 사인이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즉 전개에 대한 우려가 생겼고 GM이 이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내 차는 이런 증상이 없으니 아직까지는 안심이지만 그래도 걱정은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GM의 결정이 놀랍기만 하다. 카파 플랫폼으로 만든 솔스티스의 등장이 2006년이고 스카이가 2007년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GM이 파산하면서 이 두명의 애물단지는  2009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요즘 토요타 GT86의 광고 카피처럼 “이 차는 모두를 위한 차가 아니다”라는 말이 공감갈 정도로 스카이는 대량 세일즈 모델이 아니다. 인기모델은 더더욱 아니며, 미국 내 극소수 마니아들만 타는 그런 차다. 그럼에도 GM이 동반석 에어백 문제를 리콜해주기로 결정을 한 사실이 놀랍다. 얼핏 잡아도 단종 후 8년 가까이 지났고, 초대 모델은 거의 10년이 넘는다. 후속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판매 비중이 커서 전략적으로 키울 브랜드도 아니다. 그럼에도 리콜을 해준다니…, 새삼 미국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물론 국가자동차교통안전법이 너무 강하기도 하다. 이 나라는 진정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라는 생각에 더욱 신뢰가 간다.

물론 당장 고칠 수는 없다. 리콜 통지서를 보니 부품이 들어오면 연락을 해주겠다고 하니 사실상 언제 리콜로 고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한참 감동하고 있을 무렵, 한국에서 현대차 세타2 엔진 문제가 들려온다. 누수, 에어백 미전개 문제, 리콜 역차별 등 나쁜 소식은 가득하지만 뭘 어떻게 속시원하게 해준다는 소식은 없다. 물론 미국내에서 현대차는 다르다. 미국에서 현대는 비교적 리콜 잘해주는 브랜드로 통한다. 그런데 한국 사정을 잘아는 미주 한인의 눈으로 볼 때 참 씁쓸하다.

현대차 중 10년이 넘는 스포츠카가 뭐가 있을까. 투스카니가 2008년에 단종됐으니, 만약 그 차가 동반석 에어백에 문제가 생겼다면 현대는 리콜해줄까? 대량 판매모델도 아니고 비중있는 모델도 아니다. 게다가 단종 후 10년 가까이 된 모델을 챙겨주려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번 GM의 리콜 결정을 보면서 자동차회사란 그저 좋은 차를 많이 만들어 파는 것으로 평가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자동차는 기계이기 이전에 사람의 생명을 나르는 파트너. 그런 측면을 깊게 생각해서 책임지는 자동차회사가 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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