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K 리뷰] 기아 스팅어의 매력 ⑤ 유럽 GT카 심장에 창끝을 겨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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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날카롭다. 운전자가 원하는 것을 안다.

누군가 오랜 경쟁자를 치기 위해 창을 만들었다면, 바로 스팅어 GT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낮게 깔리는 배기음이 귀를 자극한다. 계기판에 차량 점검 표시등이 지나고 모든 상태가 정상임을 말한다. 스티어링을 휠을 잡은 두 손 넘어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출격 준비를 끝낸 전투기와도 같은 긴장감을 전한다.

현란한 출발 준비를 마친 기아 스팅어 GT의 후드 아래에는 3.3리터 트윈 터보 엔진이 자리했다. 최고출력 365마력, 시속 0부터 60마일 가속은 단 4.8초에 도달한다. 스팅어라는 이름. 풀어보면 ‘뭔가를 찌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엄청난 파워를 지닌 야생마를 조련하는 일은 사실 어렵지 않다. 운전석에 앉으면 마치 프로급 조련사의 채찍을 든 기분. 허리를 꽉 조여주는 버킷 타입 스포츠 시트와 두툼한 스티어링 휠 지름. 손바닥으로 감싸듯 잡는 8단 자동기어에 오른손을 올려 놓고 있자면, 365마력을 다룰 수 있는 남다른 자신감이 생긴다.

항공기 조종석과 같은 느낌. 그 중에서도 전투기에 가깝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에 놓으면 숨은 야성미가 드러난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맞추고 시작부터 경쾌하게 가속페달을 누른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차량의 주행 모드 표시가 붉은색으로 나온다. 이어 서스펜션과 엔진 반응이 ‘스포츠’라는 이름에 어울리도록 세팅된다. 물론 과격한 드라이빙을 지양하고자 하면, 에코, 콤포트, 스마트 등으로 변경할 수 있고 배기음은 평소에도 과격하게 하지만 연비를 신경쓰고 싶다면 커스텀 모드에서 나만의 운전 스타일을 맞출 수 있다.

등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로 초반 가속이 경쾌하다. 엔진회전수에 비례해 배기음은 점점 커진다. GT카를 끌고 연료를 쏟아내는 이곳은 남부 캘리포니아 사막 중에서도 뜨거운 열기로 악명 높은 보레고 스프링스다. 쭉 뻗은 도로에서 시속 60마일까지 5초 이내로 도달하는 성능은 별다른 의심이 들지 않는다. 엔진과 하체가 조화를 이루며 성큼성큼 발폭을 넓혀가는 스팅어 GT의 운동 성능은 설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고속으로 접어들수록 안정감은 높아진다. 무엇보다 시트와 스티어링, 그리고 기어 레버로 구성되는 스포츠 지향 포지션이 매력적이다.

보레고 스프링스의 뜨거운 열기도 스팅어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스팅어 GT는 기본적으로 뒷바퀴굴림 플랫폼을 바탕으로 태어났다. 여기에 좌우 타이어 중 한쪽 구동력이 떨어져 회전차가 발생하면, 다른 한쪽 토크가 낮아지지 않도록 해 슬립을 막는 기계식 차동제한장치가 달려 나온다. 여기에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섬머 타이어가 그립력을 더한다.  뒷바퀴굴림 방식을 조금 더 재미있게 타보고 싶다면 이 조합을 권해본다. 보다 안정된 주행을 원한다면 각 트림별 2천달러를 추가해 항시네바퀴굴림(AWD) 시스템을 더하면 된다.  AWD가 달리면 차동제한장치는 제외된다.

조금 높다 싶은 경사로에서 가속 페달에 힘을 더해보면 3.3 트윈터보 엔진은 스팅어 GT를 무척 가볍게 끌고 올라간다. 최대토크 376 ft-lb는 1,300 ~ 4,500rpm구간에서 다룰 수 있다. 토크 밴드가 상당히 실영역이다. 뒤 트렁크에 붙은 ‘GT’라는 이름은 영어로는 ‘그랜드 투어러’를 뜻한다. 자동차 역사에서 장거리 여행을 위한 넉넉한 힘과 편안함을 강조한 자동차를 GT카라 부른다. 차량의 성능이 드러나는 와인딩 로드를 달려보면 스팅어에 붙은 GT카의 의미가 더욱 와 닿는다. 지금 이 산길을 넘어 사막 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길에 운전을 통해 받는 스트레스는 제로에 가깝다. 만약 출력이 약한 소형차를 타고 왔다면? 여행은 아마 시작부터 힘들지 않을까.

최고출력 365마력, 최대토크는 1,300 rpm부터 시작된다. 실영역에서 밀어 주는 힘이 좋다. 

 

코너에서 돋보이는 브렘보제 브레이크. 능동적 주행안전장치도 돋보여 

 

보레고 스프링스를 지나 쥴리안으로 향하는 길에 여러번 이어진 급한 코너 구간을 공략해본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차를 던져보면 언더스티어가 일어날 것 같은 부분에서 가능한 뉴트럴 스티어를 유지한다. 코너 진입 전 제동도 만족스럽다. 가속 페달을 다시 밞을 때까지 충분한 감속을 만들어낸다. 스팅어 GT에는 브렘보제 앞 4피스톤, 뒤 2피스톤 캘리퍼가 달렸다. 들어가고 나가는 과정에서 타이어 그립을 잃지 않으려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AWD를 타고 왔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지도,  스팅어에 달린 AWD 시스템은 현대 위아에서 만들었다. 현대 위아는 세계적 AWD 구동방식 제조사인 마그나 파워트렌과 손잡고 스팅어를 위한 AWD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코너 공략에서 진가가 드러나는 브렘보제 브레이크 시스템.

산길을 지나 곧게 뻗은 프리웨이로 차를 옮긴다. 이런 길에서는 스팅어 GT의 스마트한 주행 장비들이 돋보인다. 스팅어 GT에는 기아차 최초로 HAD(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이 적용됐다. 일종의 반 자율 주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치들로, 앞차와의 간격 조절은 물론 차선을 유지하려는 기능도 더해졌다. 여기에 운전자가 졸음 또는 부주의한 행동을 한다고 판단하면 자동차 스스로 경고를 던지기도. 차선을 이탈하게 되면 울리는 경고 장치도 든든하다.

다양한 능동적 안전 장치들이 모여있다.

그래서 이 장치들을 모두 활용하면 프리웨이에서 아주 잠시 두 손에 자유를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스팅어에는 이 같은 능동적 안전 장치들을 ‘기아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그리고 이 패키지가 기본으로 장착되는 GT2를 제외한 전 트림에서 2천달러에 달 수 있도록 했다. 하이빔을 켰을 때 상대방 차량에 눈부심을 막아주는 하이빔 어시스트와 우량 센서를 갖춰 비가 오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와이퍼도 실 운전에서 큰 도움이 된다.

와인딩과 쭉 뻗은 하이웨이를 번갈아 달리면서 스팅어가 주는 전반적인 첫인상에 대해 생각해본다. 먼저는 GT카라는 이름을 허투로 볼 것은 아니라는 점. 여기에 운전하는 내내 아늑함과 편안함을 주지만 막상 속도를 높이거나 코너를 공략할 때면 드러나는 야성미. 손에 닿는 부분들 하나하나가 고급스럽고, 버튼류에 담긴 크롬 액센트는 스팅어가 지향하는 바가 누구를 상대로 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승 모델인 GT2 트림은 스팅어의 최고 모델. $49,200부터 시작하고 AWD($2,200)를 더하면 5만 달러를 넘긴다. 브랜드에 비해 얼핏 너무 과한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만약 스팅어 GT를 시승하고 내릴 때엔 그 정도 받아도 괜찮겠다라며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GT카 디자인과 성능. 가격에 대한 부담은 차를 내릴 때 사라진다.
경쟁 모델과 비교에서 부족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 하나는 절대 우위다.

스팅어 GT를 사려는 이들이 주로 생각해볼 수 있는 BMW 4 그란쿠페와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BMW 440 그란쿠페 X 드라이브를 고르면 5만달러가 넘어간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팅어 만큼 박력 넘치는 외관을 얻으려면 M스포츠 패키지 또는 각종 럭셔리 패키지를 담아야 한다.

물론 브랜드 가치가 있기에 단순 가격만으로 비교는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스팅어 GT에 들어가 있는 옵션과 성능, 그리고 GT카 디자인이 주는 매력은 분명한 경쟁력이 있다. GT카의 전유물이었던 유럽에서 온 친구들의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일반 도로에서 ‘시선강탈’이라는 별명이 붙은 기아 스팅어 GT. 무엇보다 4인이 편하고 넉넉하게 다닐 수 있는 장거리 여행용 스포츠 세단을 찾는다면 정답은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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