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은 포드 GT 앞에 한참을 서있었다
미드쉽 개발을 끝낸 것으로 보이는 현대. 양산으로 가는 것일까?
PAUL HWANG(모터미디어코리안 편집장)
2018 LA오토쇼를 찾은 많은 유명 인사 중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행보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가장 먼저 간소한 옷차림과 수행원으로 보이는 1명 정도를 대동한 채 다른 브랜드들의 부스를 살펴보는 그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몰라볼 정도로 정 수석부회장은 일반 관람객처럼 보였고, 그가 현대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증거는 목에 걸고 있는 배지 정도에 불과했다. 이 같은 모습은 외국 CEO들에겐 낯설지 않다. 보통은 한국에서 회장님급이 한번 뜨면 정장을 입은 수많은 수행원과 함께 모터쇼를 다니는 풍경에 익숙한 나에겐 정말 의외였다. 드디어 현대차도 변하는 것인가?
정 수석부회장은 기아차의 신형 쏘울 발표 시간에 앞서 기아차 부스에 먼저 도착했다. 기아차와 마주 보는 곳에는 포드가 자리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행원과 함께 포드 부스에 전시된 스포츠카 하나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 그 차는 포드의 미드쉽 수퍼카 GT 였다. 그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미디쉽 수퍼카를 한참 동안 바라보는 남자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해석을 해본다. 그것은 ‘현대의 미드쉽 스포츠카’가 아닐까.
현대는 사실 지난 2016년 미드쉽 해치백 콘셉트인 RM16(사진 아래)을 공개했다. RM의 약자는 RACING MIDSHIP이고 뒤 숫자는 2016년을 뜻한다. 콘셉트카라고 생각했지만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 모델의 주행 장면이 포착되는 등 양산까지 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부풀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벨로스터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RM16은 미드쉽 구조 답게 리어뷰가 상당히 볼륨감 넘치는 자태를 뽐낸다.
대량 양산까지는 아니더라도 현대가 앞으로 미디쉽 스포츠카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은 미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는 이미 앞바퀴굴림 고성능 모델로 N을 론칭했으며 앞으로 뒷바퀴굴림 플랫폼인 제네시스와 기아 스팅어 등에도 더욱 특별한 고성능을 지향하는 모델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은 역시 미드쉽이다. 특히 현대와 같은 대량 생산 메이커가 미드쉽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것은 무척 의미가 깊다. 대중 브랜드에서는 혼다 NSX가 있고, 토요타는 MR-S를 만들기도 했다. 이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미드쉽 버전은 수퍼카 또는 코치빌더의 영역이다.
포드 GT를 바라보는 정 수석부회장은 과연 어떤 생각과 결심을 했을 것인가? GT보다 더 빠르고 멋진 현대의 미드쉽 스포츠카가 멀지 않은 시점에 LA 오토쇼를 찾길 기대해본다.